▲ 최태실 씨
부산체고 나와 삼방동서 유도관 운영
신어중서 동료 10여 명과 매주 비지땀

"김해 아줌마의 힘. 뜨겁게 달아오른 모래판에서 확실히 보여줬죠."
 
삼방동에서 베스트유도관을 운영하고 있는 최태실(35) 씨. 겉모습만 놓고 보면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평범한 아줌마다. 하지만 그는 경남 최고의 여자 씨름꾼이다. 지난 21일 함안군 함주공원에서 열린 '2013년 경상남도 씨름왕 선발대회'에서 여자부 60㎏급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체고를 졸업한 뒤 부산 북구청 소속으로 유도선수 생활을 했어요. 지금은 유도관장으로 유도 꿈나무들을 키우고 있지요. 씨름은 9년 전부터 취미삼아 했는데,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면서 재미가 붙어 지금까지 하고 있답니다."
 
최 씨는 이번 대회를 위해 두 달 전부터 신어중학교 씨름장에서 2~3일에 한번 씩 씨름 연습을 했다. 그와 함께 연습을 하는 여성은 10여 명. 장유고등학교 씨름부 감독을 맡고 있는 김해해씨름협회 조상락 전무가 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유도는 두 선수의 몸을 떼어놓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기잖아요. 씨름은 서로 끌어안고 하는 경기라서 상대 선수랑 한 판 붙고나면 금방 친해져요. 살을 맞대고 땀을 나누는데 안 친해질 수 있겠어요? 함께 씨름을 배우는 언니, 동생들과 정을 나누는 재미에 모래판으로 꾸준히 나가고 있죠."
 
최 씨는 이번 대회에 출전을 못할 뻔했다고 말했다. 시합 전날 밤, 영운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고열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전날 밤 아이를 간호하느라 한숨도 자질 못했다고 털어놨다. "대회 당일 아침에 같이 대회에 나가는 언니들한테 출전하지 못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해버렸지요. 언니들이 펄쩍펄쩍 뛰면서 '아이를 돌봐줄테니 꼭 대회에 출전하라'고 만류하더군요. 밤에 잠을 못자서 몸에 힘이 없었는데, 한 사람씩 넘어뜨리다보니 어느새 결승전을 앞두고 있더라구요."
 
최 씨가 결승전에서 만난 선수는 같이 씨름을 배우는 동료인 '김해아줌마' 배정임(45) 씨였다. 최 씨는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도 배 씨와 결승에서 다퉈 우승을 차지했다. "언니가 힘은 저보다 좋아요. 그런데 유도를 해서 기술은 제가 좀 앞서는 편이었죠. 결국 올해도 언니를 이겼네요.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 출전한 대회라 우승이라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남편에게 혼이 났을지도 모르죠.(웃음)"
 
최 씨는 3년 전 씨름을 하다가 어깨 인대가 파열된 적이 있다. 당시 남편은 다시는 씨름을 하지 말라고 했다. "지도자 생활도 해야 하니까 몸을 위해서 남편은 유도에만 전념하길 바라죠. 하지만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돌아오면 가장 기뻐하는 사람도 남편이에요. 4년 전부터 초등학생인 아이들을 돌보느라 전국씨름대회에는 출전을 못하고 있죠.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면 전국대회에 다시 나갈 생각입니다. 남편이 만류를 하더라도 다시 전국대회에 나가 우승을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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