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된 딸아이는 아침마다 체중계에 올라가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얼굴을 구석구석 살핀다. 아이는 코 팩을 사 달라 조르기도 하고, 친구 생일 선물로 매니큐어나 비비크림을 고른다. 늦게 깨우는 날엔, 지각하면 어쩌냐고 투덜거리면서도 거울 앞에서 앞머리를 동그랗게 말았다 풀었다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10년 이상을 고등학교에서 근무했던 터라 아이의 외모에 대한 관심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데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다.
 
여학생 가운데 열에 아홉은 다이어트를 하고, '생얼'로 등교하는 아이들을 좀처럼 보기 힘들다. 온갖 매체를 장악한 '아이돌 스타'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스마트 폰과 같은 즉각 소통이 가능한 매체가 보편화되면서 연예인처럼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드러내며 주목받는 것을 유행처럼 즐긴다.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본능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자신의 능력이나 매력이 다 개발되지 않은 아이들이 너무 외적인 것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외모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우월감을 가지게 되고, 그것만을 자신과 타인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아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으로, 책으로 가르친다고 알 수 있을까?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기성세대, 교육, 매체 등이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내면이 건강하고 아름다워야 우리의 미래가 좀 더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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