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때요? 몸에 훈기가 돌죠? 여름철 보양식 하면 추어탕을 빼놓고는 말을 하지 마세요. 하하." 임철진 사무총장이 안채 추어탕을 들며 자신의 맛집 추천에 대해 뿌듯해 하고 있다.
뚝배기에 담겨 솔솔 끓는 추어탕
다진마늘·고추·방아잎·산초가루 곁들여
목넘김부터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

정갈하게 놓인 놋수저와 정성 깃든 반찬
쌈 채소와 강된장 궁합도 지친 입맛 자극

 


요즘처럼 더운 날 뭘 먹어야 기운을 회복할 수 있을까? 삼계탕, 오리탕, 장어구이 등을 떠올려보았지만 살이 쉽게 찌는 체질에는 사실 이런 음식이 부담스럽다. 칼로리가 높기 때문이다. 맛있게 먹으면서 늘어날 뱃살을 걱정해야 한다. 지난주 달콤했던 휴가 기간에 차가운 음식만 찾다가 배탈까지 났으니, 따끈하면서도 더위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그런 음식을 찾고 있던 터였다.
 
"오늘 진짜 덥네요. 더운데 고생하시죠? 따끈한 추어탕 한 그릇 같이 합시다.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허허!" 평소 서로 안부를 자주 물으며 지내왔던 ㈔생명나눔재단 임철진 사무총장의 전화였다. 말복이었던 지난 12일 임 총장을 따라간 곳은 김해에서 이미 추어탕 맛이 일품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음식점 '안채'다. 김해에 4곳, 양산에 1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임 총장과 찾아간 곳은 삼계동 장애인복지관 맞은 편에 위치한 가게다.
 
안채는 김해에서 김밥전문점으로 유명한 '김밥일번지'의 구윤회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구 대표는 현재 ㈔한국외식산업협회 경남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외동전통시장에서 김밥 노점상으로 시작해 '김밥일번지'를 열었다. 김밥가게 성공을 계기로 '안채', '엄마뚝배기' 등 여러 음식점을 운영해 성공을 거두면면서 김해지역 외식업계의 성공신화를 쓴 인물이다. 그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번번이 거절하는 등 자신의 성공담을 쉽게 밝히지 않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사실 안채는 단순한 식당이라기보다는 외식업의 모범이라 할 만한 곳입니다. 식당 직원들의 서비스 정신, 손님을 배려하는 식기와 상차림, 음식의 맛, 저렴한 가격, 가게 내부의 인테리어까지 나무랄 데가 거의 없죠. 저는 거의 매주 이 집을 찾습니다. 추어탕이 입맛에 딱 맞더군요. 다른 지역에서 손님이 오면 꼭 함께 찾는 그런 식당이지요."
 
한옥풍의 가게 내부를 둘러보고 있으려니 식당 직원이 금방 시원한 냉수부터 꺼내온다. 그런데 그냥 물이 아니다, 향긋한 약초의 향이 느껴지는 냉차였다. 이어 하얀 수저집에 곱게 싸인 놋수저가 식탁에 놓이고 작은 놋그릇에 콩죽과 부추를 넣은 메밀전이 올라온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전채인 셈이다. 특히 콩죽은 고소하면서도 달큰한 끝 맛이 식욕을 돋웠다.
 
주문한 추어탕이 뚝배기에 담겨 식탁에 올라왔다. 놋그릇에 소복이 담긴 조밥에선 구수한 김이 솔솔 올랐다. 두부부침, 열무김치, 가자미조림 등 사기그릇에 가지런히 담긴 반찬들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쌈 채소와 멸치를 넣어 찐득하게 끓인 강된장은 탕에 밥을 다 말지 못하게 한다. '여기서 대접을 받고 있구나!' 식탁에 음식이 다 놓이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 안채의 '추어탕'
"안채는 계절에 상관없이 매출이 일정하다고 하네요. 손님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식당이라는 뜻이지요. 이곳은 주로 40~50대 여성 손님들이 많은 편이에요. 음식 맛이나 가게의 분위기, 서비스 등에 있어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기 까다로운 계층이죠. 정갈하면서도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잘 구성돼 있네요."
 
백문이 불여일식! 다진 마늘, 잘게 썬 고추, 산초가루, 방아잎 등을 넣고 맛을 봤다. 방아잎의 향긋한 향이 가장 먼저 입안에서 느껴지더니 곧바로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국물이 목을 뜨끈하게 한다. 몇 숟가락 국물을 떠먹다가 밥을 말았다. 뱃속으로 사라진 밥알만큼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김 기자 땀을 많이 흘리네요. 몸에 훈기가 돌죠? 저렴하게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보양식 중에서는 추어탕이 최고지요. 가게 안이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오늘 같이 더운 여름날에도 왜 사람들이 추어탕을 찾는지 알겠죠?(웃음) 다른 곳의 안채도 같은 곳에서 구입하는 식재료를 사용하고 똑같은 요리법으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도 이와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덩치가 큰 두 남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순식간에 추어탕 뚝배기를 남김없이 비웠다. 숨을 내쉴 때마다 코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몸이 더워진 상태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밖으로 나가려니 눈앞이 아찔하다.
 
하지만 이게 웬일? 식당 밖을 나서니까 오히려 불어오는 바깥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추어탕을 먹으면서 흘렸던 땀이 식는지 몸이 순식간에 서늘해진다. "어허 참, 시원하다!" 임 총장도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은 듯 호탕하게 웃었다.


안채에서는 추어탕(8천 원) 말고도 들깨추어탕(9천 원), 황태진국(7천 원), 별미잡채(6천 원), 아이들을 위한 돈까스(6천 원)도 판다. 전용주차장은 없지만 식당 주변에 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많다.
삼계동점 055-327-4479, 구산동 본점 055-327-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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