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향교의 대표인 전교를 선거로 선출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한 기자는 향교를 방문했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향교 측은 "선거로 전교를 선출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언론에 이런 일이 노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왜 숨겨야 하는 것일까? 물론 유림들은 오랜 세월 동안 추대라는 전통을 지켜왔다. 따라서 여러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선거로 뽑는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여기까지는 어쨌거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전교 선출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이 바깥에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 김해향교

답답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후보 등록을 받기 전이긴 했으나 어떤 유림들이 전교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지, 즉 누가 후보인지는 알 만한 관계자는 다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향교에서는 절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추대로 전교를 결정하는 것이 지금껏 향교가 지켜 온 미덕"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여곡절 끝에 전교 후보로 나서려는 유림 4명의 명단을 파악했다. 그들의 뜻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하던 중 정말 기막힌 일을 겪었다. 일부 후보들로부터 "향교 측에서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하더라"는 말을 전해 들은 것이다. 쉽게 말해서 향교 측이 취재 방해, 더 쉽게 말해 언론의 자유를 억누른 것이다. 순간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김해향교는 전통과 예법이 사라지는 시대에 그나마 전통문화와 미풍양속을 지키고, 그 전통을 후대에 계승하는 곳이라고 그동안 생각해왔다. 하지만 뜻하지 않았던 향교의 반응을 만나면서 마치 벽 앞에 서 있는 기분마저 느꼈다.
 
김효구 전교와 향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사무실에 있던 어떤 사람은 "향교가 뭐하는 곳인 줄은 아느냐"고 말했다. 물론 향교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알지 못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시대이다. 전통을 지키며 살아온 유림들로서는 그런 상황이 답답하고 또 서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향교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나 시민들이 잘 모르는 이 상황에 대해 향교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이번에 김해향교 전교를 희망하고 나선 한 후보는 "사비를 들여서라도 김해향교 홈페이지를 구축하겠다고 했다가, 홈페이지는 우리 전통의 것이 아니라 향교와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불문곡직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향교'라고 입력해보라.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있는 지역의 향교 홈페이지들이 우루루 뜬다. 공식 홈페이지 외에 청년유도회원들을 위한 카페도 있고, 심지어 모바일웹을 운영하는 향교도 있다.
 
인터넷 공간에 자리한 많은 향교들은 지금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유림과 여성·청년 유도회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시민들을 위해 어떤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모두 공개하고 있다. 향교 규모에 따라 회원이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전통을 이어가려는 목적은 같았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일방적으로 공지사항을 전달하지 않는다. 쌍방향 교류가 가능하고 회원들이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우리 전통사회의 소통방식과 오히려 비슷하다.
 
지금 김해향교는 전교를 추대로 결정하든, 선거로 선출하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전교 선출과정이 알려지는 것을 꺼릴 만큼 유림 밖의 사회와 소통하려 들지 않는 태도가 더 문제이다. 이런 식의 입장만 고수한다면, 그들이 지켜가고 싶은 그 '전통'이라는 것이 후대에 제대로 계승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