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6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봉화산 정상에서 '대통령의 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야~ 기분 좋다."

2008년 2월 25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귀향인사를 하면서 가장 먼저 외친 말이다.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시민'으로 낙향한 그를 향해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지 3년 하고도 하루가 지난 2월 26일. 그 자리엔 환호 대신 '그리움'이 가득했다.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묘역으로 향하는 참배객들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추모기념관 입구에는 귀향 3주년을 맞아 사진전도 열렸다.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노 대통령은 금방이라도 달려 나올 듯했다.
 
또 '문재인 이사장과 함께 걷는 대통령의 길' 행사도 마련됐다 . 매달 한 번씩 벌써 5회째 열리는 행사이지만 이 날만큼은 의미가 각별했다. 이날 산행에는 일반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여한 모준영(29·서울시 동작구) 씨는 "귀향 3주년을 맞아 그 분이 남긴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자 서울에서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오후 3시가 다 돼 등산복 차림의 문재인 봉하재단 이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 이사장은 "생전 대통령님이 이곳을 찾는 분들이 더 의미있게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에서 산책 코스를 생각하시고 직접 준비도 많이 하셨다"며 "지금은 직접 안내하지 못하지만 대통령님이 매일 다니신 길을 걸으며 체취도 느끼고 자연도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참가자들과 함께 산행을 하며 노 대통령의 흔적이 서린 곳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또 산행 도중 만난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가벼운 농담도 나누었다. 평소 산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그는 "예전엔 산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시간도 없고 예전같이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멋쩍게 웃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 올라서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는 사저를 가리키며 "한 때 저곳을 '아방궁'이라고 불렀죠. 참 못됐죠. 저 중 절반은 경호동인데…"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와 틈틈이 얘기를 나눌 기회도 있었다. "정치할 생각은 없느냐"는 물음에 "제가 정치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도리어 물으며 조용히 웃어 보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정치란 정말 어려운 거죠. 다방면으로 뛰어나야 하고…."

그는 또 4·27 재보궐 선거와 관련, "앞으로 김해에 자주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해지역은 친노 진영의 성지라 불리는 만큼 선거를 앞두고 야권후보 단일화에 문 이사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발 136m 높이밖에 되지 않는데도 봉화산을 내려오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여 넘어갔다. 일교차가 큰 날씨 탓에 저녁이 되자 제법 쌀쌀했다. 이미 마을 아래에선 이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따뜻한 커피와 율무차가 마련돼 있었다. 몸을 녹이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정자에 걸터앉으니 방문객을 맞이하는 노 전 대통령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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