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대 분성여고 교감이 삼계동 오리요리전문점 '구지봉'에서 청둥오리 양념구이를 시식하고 있다.
덩치 커 고기 양 많은 유황오리보다
질적으로 승부하기 위해 청둥오리 사용
매일 부원동 새벽시장서 식재료 구입
육수는 당일 하루치만 숯불에 끓여
각종 신선 채소류와 양념 곁들여 인기


"낮 12시, 구지봉에서 만납시다."

김해 시민이라면 '구지봉'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이 탄강한 구산동의 구지봉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잠깐! 분성여자고등학교 박종대 교감과 만난 건 삼계동에 있는 '오리요리전문점 구지봉'이다. 그는 다른 지역이나 기관에서 손님이 올 경우 항상 이곳에서 음식을 대접한다. 한정식에 비해 부담 없는 가격에다 맛까지 좋은 구지봉은 대접받는 사람과 대접하는 사람 모두 기분 좋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박 교감과 한 번이라도 식사를 같이 한 사람들은 '구지봉'이라고 했을 때 이곳을 먼저 떠올리게 돼 있다.
 
박 교감과 인연을 맺은 건 '분성여고 맞춤형 수학여행'(본보 5월 22일자 14면 보도) 취재를 통해서였다. 취재 후 박 교감과 함께 식사를 한 곳이 구지봉이었다. 당시 난생 처음 접한 시원하고 칼칼한 오리탕 국물에 매료돼 맛있게 한 끼 식사를 마쳤던 기억이 있다.
 
박 교감이 이곳을 처음 알게 된 건 약 9년 전. 허허벌판이었던 삼계동에 아파트며 상가가 막 들어설 당시, 지인의 집들이에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오리요리에 매료된 박 교감은 그후 이곳을 수시로 찾았다. 그러다 분성여고에 부임하고 난 뒤로는 이곳을 찾는 횟수가 더 잦아졌다. 분성여고와 구지봉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5분. 그를 찾아온 손님들의 식사 대접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점심식사도 이곳에서 주로 해결했다. 그는 구지봉의 김현호(57) 사장과도 친분이 돈독하다. 사장과 손님 관계 이전에 학부모와 교사 사이였기 때문이다.
 
구지봉이 처음 문을 연 건 12년 전. 이 식당은 삼계동 전체를 통틀어 3번째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박 교감이 처음 방문했던 9년 전만 해도 구지봉 주변에는 건물이 하나도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고 한다. "당시 저희 가게는 허허벌판에 있던 유일한 음식점이었어요. 집도 사람도 없다 보니 밤이 되면 괜히 무섭기도 했었죠." 12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김 사장이 말했다.
 
인연이 오래된 만큼 박 교감은 이곳의 식재료가 어디서 들어오는지, 음식조리는 어떻게 하는지까지 다 알고 있었다. 지난 9년 동안 눈으로 직접 보고, 입으로 맛을 즐겨온 덕이다. "사장 부부가 매일 아침마다 부원동 새벽시장에서 음식 만들 때 쓸 식재료를 직접 사와요. 음식 만들 때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오리소금구이, 오리양념구이, 오리탕 뿐만 아니라 된장찌개까지 모든 음식이 맛있는 곳이죠." 오리요리 전문점들은 대개 유황오리라 불리는 흰색오리를 선호한다. 유황오리가 청둥오리보다 크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우리 집은 청둥오리를 쓴다. 청둥오리는 크기는 작지만 육질이 유황오리보다 더 쫀득하다"고 설명했다.
 

한 상 가득 각종 반찬과 오리양념구이, 오리탕 등이 차려졌다. 불판 위에서 버섯, 감자, 파, 고추, 부추 같은 각종 채소류와 양념 오리불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갔다. 군침이 절로 났다. 다른 한 쪽에서는 오리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사실 오리고기에는 특유의 비린내가 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요리하는 게 오리요리 전문점들의 비법이다. 구지봉의 오리탕에는 오리뼈, 생강, 마늘, 양파 등을 넣고 끓인 육수가 사용된다. 매일 하루치 분량의 오리탕 육수가 숯불에서 한 번, 가스레인지에서 한 번 해서 총 두 번 팔팔 끓여진 뒤 손님상에 오른다. 육수에 화학조미료는 절대 넣지 않는다.
 
각종 채소와 어우러져 불판 위에서 익고 있는 오리양념구이 한 점을 깻잎 위에 얹은 후 양파소스와 함께 먹었다. 입 안에 깻잎향이 가득 퍼졌다. 구이는 양파소스와 잘 어울렸다. 구이에 밴 양념이 달지 않아 자꾸 젓가락이 갔다.
 
구이를 한 점 먹고 난 뒤, 오리탕 국물을 한 숟갈 떠 먹었다.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오리고기 특유의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은 과음 탓에 속이 부대끼는 사람들에게 좋을 것 같았다. 오리탕에 들어 있는 고기도 한 점 입에 넣었다. 육질이 쫀득하고 부드럽게 씹혔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구지봉은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데, 오후 10시가 되도록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박 교감은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이다.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은 꼭 다시 찾는 곳이다. 오리요리의 진수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지봉'은 삼계동 분성여자고등학교에서 걸어서 약 5분 떨어진 김해시종합장애인복지관 맞은편에 있다. 삼계동 1452의 2. 식당 인근에 주차장이 있다. 생오리소금구이와 생오리 양념구이 3만 원 /오리훈제 3만 8천 원. 오리탕 3만 원. 055-331-0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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