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김해 갑 당원협의회 홍태용(김해한솔재활요양병원 전 원장) 위원장이 어탕국수를 먹으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빠가사리·쏘가리·산천어·민물 게 …
무·콩나물·무청시래기 곁들이면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잡어탕' 일품
노릇노릇 바삭하고 고소한 피리튀김
국수 만 어탕국수 … '보양식' 한상 가득


호계로 사거리에서 가락나들목(IC) 방면으로 접어들어 1~2분만 차로 달리면 도로 건너편에 '금천민물'이라는 식당이 나온다. 문을 연 지 8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김해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새누리당 김해 갑 당원협의회 홍태용(김해한솔재활요양병원 전 원장) 운영위원장이 즐겨 찾는 식당이다. 그는 서울에서 손님이 찾아올 경우에도 이곳으로 안내한다고 했다.
 
지난 23일 홍 위원장을 금천 민물에서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피리(피라미)튀김과 잡어탕, 어탕국수가 차례로 상 위에 올랐다. 피리튀김은 어릴 때 아버지가 강에서 잡아와 자주 튀겨주던 음식이었다. 30년 전 밀양에서 먹던 피리튀김을 김해에서 다시 맛볼 수 있다니!
 
음식을 먹기에 앞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더니 홍 원장도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는 이북 황해도 출신이었죠. 어릴 때 할아버지와 함께 남한으로 넘어오셨답니다. 할아버지는 13세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어요. 아버지가 김해로 오게 된 사연이 특이합니다. 아버지는 먹고 살기 위해 산에서 주워온 사과를 내다 파셨대요. 그때 인민군이 지나가다 사과를 팔라고 했는데, 아버지는 '북한군에게는 안 판다'고 했다가 안 죽을 만큼 얻어맞았답니다. 그대로 길가에 쓰러져 있었는데 후퇴하던 국군이 트럭에 태워줬대요. 그 트럭이 도착한 곳이 지금은 없어진 김해공병학교였죠."
 

▲ 금천 민물의 대표 음식인 잡어탕.
홍 원장의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나이를 속여 운전을 배웠다. 그것은 그대로 천직이 됐다. 3남 2녀의 막내였던 아버지는 북에 남겨두고 온 어머니와 형제들을 찾기 위해 이산가족찾기 행사에도 참여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한 채 몇 년 전 눈을 감고 말았다.
 
홍 원장은 금천 민물에서 잡어탕을 먹을 때면 아버지 생각이 더러 난다고 했다. "아버지가 가끔 강에 가서 민물고기를 잡아오곤 했죠. 그걸로 매운탕을 끓여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하고 선암이나 조만강에 가 물고기를 잡곤 하던 추억도 새롭네요."
 
▲ 피리튀김.
피리튀김은, 먹어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사실 점심메뉴라기보다는 술안주로 제격이다. 잡은 고기를 손질할 필요 없이 그대로 밀가루를 묻혀 튀겨내면 그만이다. 대단한 맛을 자랑하는 음식이라기보다는 술 한 잔과 함께 어릴 적 추억을 마시기에 적합하단 얘기다. 경우에 따라 비린내가 나기도 하는데, 금천민물에서는 비린내를 느낄 수 없었다.
 
잡어탕은 금천민물의 대표작이다.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점심 때 밥과 함께 먹어도 되겠고, 전날 술을 거나하게 했다면 속풀이 용으로도 딱 좋겠다. 무, 콩나물은 물론 무청시래기도 들어 있다. 국물에 푹 익은 시래기 맛이 입에 딱 맞았다. 어탕국수도 맛이 있었지만 다른 집들과 비교해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금천민물은 8년 전 문을 열었다. 현재의 사장 고창덕 씨는 처남이 하던 식당을 5년 전 대신 맡아 한다고 했다. 김해에는 민물고기로 요리를 하는 식당이 별로 없어 금천민물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하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는 게 고 사장의 설명이다. 이 집에서는 잡어탕을 주로 하지만 빠가사리(동자개), 쏘가리, 산천어 탕도 끓여낸다. 하지만 쏘가리는 가격이 너무 비싸 찾는 사람이 적어 지금은 미리 주문을 하는 경우에만 대접을 한다고 한다. 빠가사리는 주로 합천에서 가져오고, 게는 낙동강에서 잡아온다. 고 사장은 "민물고기는 오래 보관할 수 없다. 사흘만 지나면 고기의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빨리 소진해야 한다"면서 "잡어탕이 가장 인기가 있다. 산천어를 찾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수지는 안 맞다"고 말했다.
 
▲ 어탕국수.
홍 위원장 이야기를 더 들었다. 그는 삼형제라고 했다. 아니 사실은 사형제라고 했다. 자신의 손아래 동생이 화재로 숨지는 바람에 삼형제로 줄었다는 것이다. 그가 의사가 된 이유가 흥미로웠다. 사실 형이 의대에 먼저 합격했는데, 형은 부모 몰래 과를 바꿔 건축과에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아버지는 홍 위원장에게 의대에 가라고 권했다. 그는 의사가 된 뒤 마산과 부산에서 병원을 하다가 2004년 김해로 들어와 김해한솔재활요양병원을 차렸다. 고향에 돌아와서 살다보니 각종 행사에 자주 참석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 쪽으로 발길이 가게 됐다며 그는 허허 하고 웃었다.
 
밥 한 공기를 둘이 나눠 잡어탕을 다 비웠다. 국물을 먹을수록 입맛이 더 당겼다. 어탕국수, 피리튀김, 잡어탕을 두 명이 다 먹기에는 적은 양이 아닌데, 어쨌든 다 소화를 했다. 진하면서도 담백한 잡어탕 국물 맛. 정치에 관한 한 초년생이라면 초년생인 홍 원장에게 앞으로의 행보에서 이런 맛을 기대한다는 '멋있는 멘트'를 남기며 식당을 떠났다.


▶금천민물/ 김해시 부원동 461-2. 055-338-8869. 자동차 10여 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잡어탕 2만 8천~4만 8천 원, 어탕국수 6천 원, 피리튀김 2만~3만 원, 메기탕 2만~3만 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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