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오후 4시 김해시의회 특별위원회 회의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회의실을 점거해 소란을 피웠다. 이곳에서는 김해시의회 의정연구회(회장 하선영)의 주최로 '김해 시내버스 재정지원을 위한 합리적 방안'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토론회에 불만을 품은 한국노총 가야IBS 지부 조합원 20여 명이 회의실을 점거해 행사 진행을 방해한 것이었다.
 
물론 누구든 김해시나 김해시의회가 주최하는 행사의 내용 등에 불만을 품고 항의를 할 수는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행사 진행을 방해하는 등 실력행사를 할 수도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가야IBS 지부 조합원들의 행태는 금도를 넘어선 것이었다. 이들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 의사봉을 부러뜨리는가 하면, 책상을 뒤집어 엎으려다 물컵을 깨뜨리기도 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시의원들에게 "×××"라고 존칭 없이 이름을 부르며 막말을 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는 바람에 이들의 행동은 항의를 넘어 행패, 폭력이 되고 말았다. 업무방해로 고발 당해도 딴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행패를 부린 가야IBS 지부 조합원들은 아직까지 이날의 일에 대해 의정연구회 측에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 지부장이 다음날 시의회 제경록 의장을 찾아가 유감을 표시한 게 전부라고 한다. 이건 아니다. 일은 분명하게 해야 한다. 일부 조합원들이 보인 폭력적 행태에 대해 지부나 지부장은 제 의장을 찾아갈 게 아니라 의정연구회 의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하다. 어찌됐든 그들은 아직 사과를 하지 않았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김해시의회다.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난장판이 됐는데 다른 시의원들은 묵묵부답이다. 이만기 인제대학교 교수가 박현수 시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이 교수에 대한 고발로 집단 대응했던 다른 동료의원들이 이번에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같은 시의원이 당한 행패는 내가 당한 것과 같다. 시의회가 이렇게 무시당하면 설 자리가 없다'는 동료의식이나 위기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시의원들이 행패를 당했다면 당연히 시의회 집행부는 당장 가야IBS 지부에 항의를 하고 사과를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만약 그들이 사과를 거부한다면 가야IBS 회사 측에 징계 등을 요구해야 한다. 버스기사들이 회사 밖에서 회사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을 했으니 당연히 회사는 징계를 할 수도 있다.
 
제경록 의장은 하선영 의원 등이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내용을 잘 모른다고 한다. 그는 하 의원 등에게서 상세한 이야기를 들은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론회 행패 사태가 벌어진 지 보름이 지나도록 그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더 늦어지기 전에, 시의회의 권위와 위상이 더 추락하기 전에, 그리고 이번 사태가 부메랑이 돼 자신들에게 돌아오기 전에 제 의장과 시의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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