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평도에서 직접 잡아 배달되는 싱싱한 암게만으로 담근 간장게장 차림. 달큰한 게살과 짭조름하면서도 삼삼한 게장 맛이 뛰어나다.
속살 탱글탱글 국물 시원한 탕 땀 뻘뻘
연평도에서 잡은 싱싱한 암게로 담아
마른 김의 향과 어울린 진한 게장의 향
제주 금게로 한상 차린 꽃게정식도 일품
부추와 땡초 갈아 반죽한 부침개 독특


"어렸을 때 강에서 민물게를 많이 잡았어요. 어머니가 그 게로 담가주셨던 간장게장의 추억을 떠올려주는 음식점입니다."
 
김해도서관 이헌욱 관장이 '나의 맛집'으로 꼽은 음식점은 구산동의 '청지기 꽃게장'이었다. 음식점으로 들어서니 중앙에 큰 탁자가 놓여 있었고, 주변으로 방들이 늘어서 있었다. 금관가야, 성산가야, 소가야, 대가야, 아라가야, 고령가야…. 6가야의 이름이 방마다 붙어 있었다. 옛 가야가 다 모인 집이었다.
 
금관가야 방으로 들어섰다. 이 관장 말고도 김해도서관의 식구들이 더 와 있었다. 이 관장은 "점심 때 특별한 약속이 없는 과장들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터놓고 한다"고 말했다.
 

▲ 이헌욱 김해도서관 관장이 꽃게탕에서 게 다리를 집어올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이 관장은 여름철에 입맛이 떨어질 때,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 이 집을 찾는다고 말했다. "간장게장을 더 좋아하지만, 오늘은 꽃게탕을 시켰다"며 이 관장은 게 다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꽃게탕 맛이요? 감칠맛, 뜨겁지만 시원한 맛, 익숙한 맛이죠. 껍데기 속의 부드러운 게살 맛이 일품입니다. 더울 때, 땀 흘리면서 먹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 간장게장은 밥맛이 없을 때 입맛 돋우는 데는 최고죠."
 
이 관장의 고향은 경남 의령이다. 겉으로 보면 도회지에서 자랐을 것 같은데, 강에서 게나 물고기를 잡았단다. "지게도 졌는걸요. 고등학교 때는 한마지기 논의 나락을 혼자서 다 베느라, 어깨가 빠질 만큼 힘들게 일도 했구요. 집에 일꾼도 없었고, 부모님을 도와드려야 했고…. 농사 일 많이 했어요."
 
간장게장의 상차림을 살펴보니 마른 김이 얼른 눈에 띄었다. 김 위에 밥 한술 얹고, 간장게장의 간장을 올려서 먹으면, 김의 향기와 게 맛이 배어 있는 간장이 잘 어우러져 씹을 사이도 없이 밥이 넘어가 버린단다.
 
여담이지만, 요즘에는 마른 김 보기가 힘들다. 조미 김이 상에 자주 오른다. 마른 김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엄마, 이 김에는 소금이 안 붙어 있어"라고 말한다던가. 사실 김의 향기를 제대로 느끼자면 마른 김을 먹어봐야 하는 데 말이다.
 
도톰한 게살이 들어있는 큼직한 게 다리를 먹을 때는 입에 물고 살짝 앞니로 누르면서 입술로 쪽쪽 빨아야 한다. 점잔을 떨고 앉아 있기에는 간장게장의 유혹이 너무 강하지 않은가. 염치불구하고 게 다리에 몰입했다. 입안으로 들어온 달큰한 게살과 약간 짭조롬하면서도 삼삼한 간장 맛이, 밥 한 술 얼른 입안에 떠 넣으라고 성화를 부리는 듯했다. 말 그대로 '밥도둑'이었다.
 
상에 올라온 음식 중에서는 연녹색 부침개가 단연 눈에 띄었다. 모두들 한 점씩 먹어보며 무엇으로 만든 건지 추측을 해보았다. 녹차? 부추? 정답은 부추전이다. 정말순 사장이 "부추와 땡초를 곱게 갈아 수수가루와 함께 반죽해 부쳐냈다"고 알려주었다. 기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산뜻한 식감이었다.
 
경남 삼랑진이 고향인 정 사장은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았다. 이 음식점을 시작한 지는 1년 남짓. 이 집이 전통 차와 막걸리를 팔 때 손님으로 왔다가 분위기에 반해, 주인에게 '혹시 장사를 그만두려면 나한테 넘겨주세요'라고 말했는데, 정말 이 집의 사장이 됐다.
 
▲ 연평도산 암게 간장게장.
정 사장은 연평도의 지인이 직접 잡아 보내주는 싱싱한 암게만으로 간장게장을 만든다. '꽃게 정식'에 사용하는 꽃게는 제주 금게를 쓴다. 그는 "연평도 암게 맛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세계 최고의 맛이고, 제주 금게는 살이 많고 껍질이 얇아 맛있다"고 설명했다. 간장, 된장 등은 정 사장이 다니는 미타암이라는 절에서 자신이 직접 담그고, 장독도 미타암에 둔다. 매번 쓸 만큼 덜어오는 것이다. 반찬을 만드는 재료는 매일 부원동 새벽시장에 나가 싱싱한 것들을 구입한다. 주방에 직접 들어가 음식을 만들어 내는 정 사장은 "더 맛있고, 손님들 몸에도 좋은 음식을 만들어 올리려면 아직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환한 웃음은 무엇보다 가장 뛰어난 양념이었다.


▶청지기 꽃게탕.
△구산동 1060-8. 055-314-4568. 경전철 연지역 아래와 주변에 공용주차장 있음.
△간장게장정식(1인 1만 8천 원)/연평도 암게로 만든다.
△꽃게알비빔밥(1인 8천 원)/꽃게알, 일곱가지 야채, 계란지단, 양념게장살이 녹아있는 특제 양념소스가 특별한 맛을 낸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생선구이정식(1인 8천 원)/갈치와 고등어를 그릴에 구워 양념을 끼얹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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