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음악소리 최대 볼륨
제트엔진·전동드릴 소음과 맞먹어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 땐 귀 먹먹
일상생활 대화 때도 잘 들리지 않게 돼
소리 낮추고 습관화되지 않도록 해야

"엄마,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주부 김혜선(가명·삼계동) 씨는 중학생 딸아이의 이런 행동이 잦아지자 처음엔 화가 치밀었다. "엄마가 하는 말이 우스워? 왜 제대로 듣지 않고 딴소리야"라고 야단을 쳤다. 산만하고 조심성이 없어서 그런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 습관 때문에 난청성 질환이 생긴 것임을 뒤늦게 알았다.


■ 대중화된 휴대용 음향기기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사용하는 인구가 크게 늘어났음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음향기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음악뿐만 아니라 뉴스·인터넷 강의·동영상 등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일반화된 풍경이다.
 
휴대용 음향기기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와 과중한 업무, 학업 스트레스, 각종 고민거리 때문에 감정적으로 지치기 쉬운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외부와의 차단을 통해 소소한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중독에 가까워지는 게 문제다.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사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거리를 걷는 것이 점점 어색해지고, 심지어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어쩌다 집에 두고 왔을 땐 출퇴근이나 이동시간을 어떻게 버텨낼지 몰라 쩔쩔매기 십상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작용은 이어폰과 헤드셋을 사용할수록 볼륨이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외부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볼륨을 높이다 보면 외부환경에 대한 인식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걷다가 교통사고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청각신경에 지속적인 자극이 초래돼 난청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 소음성 난청 인구 증가
일정 정도 이상의 소음이 지속되는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듣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어폰과 헤드셋의 습관적 사용 또한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질환으로 말하자면 난청인 셈이다.
 
난청은 지속적인 소음이나 스트레스로 청각세포가 손상돼 생기는 소음성 난청과 중이염 등 귀 질환에 의해 생기는 이차적 난청, 나이가 듦에 따라 달팽이관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뇌 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노인성 난청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소음성 난청이다. 아이비이비인후과 황원효 대표원장은 "소음의 크기는 일반적인 음압 단위 데시벨(dB)에 소음의 주파수별 유해 정보를 고려해 보정한 dBA를 사용한다"며 "일반적인 대화 수준일 때 50~60dBA이고, 지하철 소음은 80dBA이다. 제트엔진이나 전동드릴 소음은 130dBA까지 높아지는데, 휴대용 음향기기의 최대 소음이 이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난청 위험 환경에 대해 황 원장은 "소음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는 소음이 90dBA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어폰과 헤드셋으로 음악을 크게 지속적으로 듣는 습관은 난청으로 가는 지름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 난청 치료법과 예방법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에 따르면 소음성 난청 질환자는 전체 인구의 1.7%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휴대용 음악기기의 사용 등이 주된 원인이다.
 
소음성 난청은 처음엔 귀가 먹먹하거나 '삐~' 하는 귀울림 현상이 주로 나타난다. 고음역 주파수의 청력이 떨어져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되묻거나, TV 볼륨을 높여야 들린다면 병원에서 난청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소음성 난청은 치유되지는 않지만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황원효 원장은 "소음성 난청은 조기에 발견해 상담을 통해 적절히 조치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용량의 비타민 A, 비타민 B1, 니코틴산, 비타민 E 등이 효과가 있고, 고주파수 용역을 강조한 보청기와 고주파음을 저주파음으로 변환하는 주파수변환형 보청기 등을 사용해 재활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소음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또 소음에 노출된 작업장에서 일하는 경우 허용한계인 90dBA 이내에서 개인 청력 보호장구를 사용해야 한다. 총기류를 접하는 직업군인이나 사냥이 취미인 사람은 귀마개 등을 잘 착용해야 한다. 시끄러운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나 정원사, 조종사, 그 외 개인용 휴대 음악장치(85~90dBA)를 크게 틀고 오래 들었을 때 이명, 이충만감 등이 발생하면 청력 손실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난청에 좋은 음식으로는 호두, 잣, 밤 등의 견과류를 들 수 있다. 귀 신경의 활동을 돕는 아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달팽이관 및 귀신경은 스트레스에 예민한데, 엽산이 풍부한 브로콜리, 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도 도움이 된다. 그 외 비타민 B1이 풍부한 고등어와 돼지고기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움말=아이비이비인후과 황원효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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