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희 선수.
올해 전국대회 원반던지기 은만 4개
반드시 정상 오를 각오로 매일 훈련 매진


지난달 28일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구산동 김해운동장에서 한 여학생이 구슬땀을 흘리며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성인 못지않은 큰 키와 체격을 갖춘 그는 장유 내덕중학교 육상부 이효희(3학년) 선수다.
 
이 선수는 지난달 14일 충북 보은군에서 열린 '제42회 추계 전국 중·고등학교 육상경기대회' 원반던지기 종목에서 2위를 차지했다. 훈련 도중 잠시 쉬던 그에게 우선 축하한다는 말부터 전했다. 그런데 정작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1위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마음 속에 더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 전국대회에 4차례 출전했지만 모두 은메달에 머물렀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꼭 금메달을 따보고 싶었는데…." 그는 올해 4월에 열린 전국춘계육상대회, 5월 전국소년체육대회, 7월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도 모두 2위에 그쳤다.
 
이 선수는 내덕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육상을 시작했다. 그는 운동에 뛰어들자마자 소질을 발휘했다. 1학년 때 경남도육상대회에 나가 원반던지기 1위를 차지하며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경남에서 열린 육상대회에선 여러 차례 1위를 차지했어요. 하지만 전국대회는 역시 만만치 않았어요. 별 수 있나요. 오직 연습, 또 연습이죠."
 
1㎏ 남짓한 원반을 하루에도 100여 차례씩 던지는 훈련을 반복한 덕분에 이 선수의 어깨는 웬만한 남성보다 탄탄하다. 그의 최고기록은 33m. 내덕중 육상부 목한수 코치는 "이 정도면 성인 여자선수의 기록과 비슷하다. 부상을 조심하면서 계속 실력을 키워나간다면 충분히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선수에게 비인기 스포츠인 육상에서도 특히 비인기 세부종목인 원반던지기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어린 선수답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다. "남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으면 원반에 실어 날려 보내곤 해요. 원반을 실컷 던지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죠. 다른 스포츠 종목과 달리 육상은 '나와의 싸움'에서만 이기면 되는데, 그 점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이 선수는 꽃집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난데다 경제적으로 그다지 여유롭지 못한 가정 형편 속에서 원반던지기를 통해 자신을 단단하게 단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힘들 때도 있지만 응원하는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면 다시 힘이 나요. 특히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고 싶어요. 매일 아침 저를 학교까지 태워주고, 운동장에도 저를 응원해주기 위해 자주 와 주는 아버지가 너무 고마워요."
 
이 선수는 내년 김해가야고등학교로 진학할 예정이다. 아버지는 딸이 경남체육고등학교로 진학하길 희망했지만, 그는 김해에서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경남체고로 진학하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데, 혼자 지낼 아버지가 걱정돼요. 가야고 육상부도 좋은 팀이에요.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 가장 큰 꿈이고요. 그 후엔 김해에서 지도자로 활동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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