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잔 이상 매일 마시면 의심
대부분 자신의 상태 인정 안해
전문 치료 프로그램 도움 필요

흡연과 더불어 현대인의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생활습관 중의 하나가 바로 '음주'다. 특히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술을 음식의 하나로 인식하는 등 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음주로 인한 폐해가 두드러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마시면 약이 되고 자칫 잘 못 마시게 되면 독이 되는 것이 바로 술이다.
 
졸업과 입학시즌을 맞은 학원가에선 벌써부터 술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여러 가지 풍경과 소식들이 들려온다. 대학 신입생들에게 통과의례처럼 이어져온 음주문화,이른바 '사발식'이라는, 근본도 알 수 없는 음주문화가 그것이다. 이 사발식 때문에 해마다 많은 청춘들이 피지도 못하고 사그라지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술을 마시는 10대 청소년들과 여성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알코올 중독이 아니라고 하는 데 있다. 알코올로 인한 폐해를 자각하면서도 스스로 중독자라고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 김해지역 음주현황 ──────
 22.3% 대학생 5명 중 1명 꼴로 거의 매일 음주
20,000명 김해시민 50만명 중 알코올중독자 추정 수치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가 지난 2005년 전국 20개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3천6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음주실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22.3%가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학생 5명 가운데 1명은 매일 술에 취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여대생의 23.4%는 거의 매일 술에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김해시민 가운데 술을 마시는 사람과 알코올 중독자 수는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으로선 아쉽게도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 다만, 김해 인구(50만 명)의 4%인 2만여 명이 알코올 중독자로 추정할 뿐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김해시보건소가 인제대와 공동으로 올해 상반기 안으로 '김해지역 음주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통상 하루 3잔 이상 매일 술을 마실 경우 알코올 중독이라고 하는데, 정작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자신이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김해시보건소 건강증진과 우영옥 주사는 "알코올 중독자 대부분이 자신의 알코올 중독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개인의 체면이나 사회통념상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실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 음주의 폐해 ──────

술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단 술을 오랫동안 계속해서 마시게 되면 알코올성 치매와 같은 뇌질환을 유발하고 심장병과 고혈압 같은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당뇨병과 비만과 같은 성인병, 각종 암 등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 쉽고, 피부가 거칠어지고 머리카락의 탄력이 떨어진다.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른 행동의 변화와 해독 시간을 살펴보면, 체중 65㎏의 건강한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소주 2잔을 마시게 되면 혈중알코올 농도는 0.03%로 근육의 이완이 생기고 해독시간은 2시간이 소요된다. 또 4잔을 마시면 혈중알코올 농도는 0.08%로 상승하고 사물을 식별하는 능력과 운동조절능력이 상당히 저하되며 6시간의 해독시간이 필요하다. 13잔을 마실 경우 혈중알코올 농도는 0.30%로 치솟고 거의 인사불성 상태에서 심신을 가누기 힘들게 되며 해독시간은 10~12시간이 소요된다.
 

■ 절주프로그램 ──────

술을 줄인다는 '절주(節酒)'는 '금주(禁酒)'와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금주는 술을 완전히 끊는다는 뜻이지만, 절주는 조금씩 줄여 적당하게 마신다는 의미다. 따라서 김해시보건소는 알코올 중독의 예방차원에서 다양한 절주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개별 상담을 통해 음주현황을 파악한 뒤, 알코올 자가 테스트와 알코올 유전자 패치를 몸에 부착해 알코올 분해 효소를 검사한다. 또 비만과 만성질환, 운동·영양·금연 프로그램 등과의 연계를 통해 총 5차례에 걸친 심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이나 관공서 등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절주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공무원을 대상으로 절주카드를 제작해 나눠주고 절주를 실천한 횟수가 많은 공무원을 뽑
아 시상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술 없는 회식문화를 만들고 문화회식으로 대체하기 위해 1인당 1만원씩의 회식비를 지원한다.
 
김해시보건소는 절주프로그램을 통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김해알코올상담센터(이하 센터)와 알코올치료 전문병원과의 연계를 통한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센터는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전문적인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알코올 의존자와 가족들의 회복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선 알코올 치료 전문병원의 약물치료와는 달리 알코올 중독자의 '자각'에 무게를 둔 '인식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창우 전문 상담원은 "알코올 상담 전화는 많이 오는데 정작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다"며 "짧은 시간에 본인의 마음을 드러내기 힘들고 자존심 문제로 상담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음주로 인한 가정불화로 술을 마시는 아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김해시보건소는 지역 6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인형극을 통한 절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를 비롯한 청소년기의 음주는 폭력이나 성폭력 등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교육이 시급하다. 또 아이들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죄의식이 없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지나친 음주는 중독으로 이어질 경우 자신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에 체계적인 절주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 알코올 중독은 우울증을 야기하고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나친 음주는 곧 사회적 범죄이며 죄악이라는 의식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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