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옛 김해'를 볼 때마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에게 물어본다. "이 사진 정말 우리나라 사진 맞아요? 혹시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 아니에요?"라고. 그럴 때면 두 분은 "예전의 김해모습은 실제 이랬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외갓집이 있는 명지(지금은 부산이라고 한다)에 겨울방학마다 갔던 기억을 간혹 이야기한다. 얼어붙은 낙동강에서 썰매를 타던 기억, 김 농사를 짓는 외삼촌을 돕던 기억을 들려준다.
 
아버지는 큰 집이 있는 장유 수가마을에서 사촌 형들과 함께 놀던 기억을 들려준다. 가을 논에서 메뚜기를 잡고, 참새를 쫓으며 뛰어다니던 기억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좀 이상하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시골풍경이란 '6시 내고향' 처럼 텔레비전 속의 프로그램같은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부모가 어렸을 때라고 해봐야 고작 20년이나 30년 전일 뿐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긴 하다. 그러나 고등학생인 나와 동생에게 김해의 옛 사진은, 솔직히 말해 때로 구한말의 조선시대처럼 다가올 때도 있었다.
 
'사진으로 보는 옛 김해'를 자꾸 보는 사이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부모와 그 윗대의 어른들에게 추억과 향수만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 아니었다. 젊은 세대와 청소년들에게는 한 세대 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사진이었다. 가난했던 고향과 나라를 일으켜 세운 기성세대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아무리 힘든 시절이었지만, 그때도 사람들끼리 정을 나누고, 그 마음에 기대어 용기와 희망을 얻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사진 밑에 강일웅 작가가 직접 쓴 글도 너무 재미있다. 옛 사진이라서 무슨 장면인지 알 수 없는 나로서는 이 글이 사진을 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해뉴스>를 받을 때마다 궁금하다. 오늘은 또 무슨 사진이 실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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