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디자인오감 이창수 디자인연구소 소장이 작업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12대1' 경쟁 뚫고 보도육교 설계공모 당선
한국최초 비대칭트러스트 구조 적용 대성공

김해시 명법동에 자리잡은 ㈜디자인그룹오감(이하 오감·대표 이우연)을 찾는 길은 녹록치 않았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긴 했지만 내덕리 방면 58번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저히 디자인 회사가 들어설 만한 공간이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몇 번을 되물은 끝에 겨우 목적지를 찾았다. 조만강을 건너기 전 왼편에 늘어선 공장들 사이로 난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니 잘 가꾸어진 잔디밭 정원과 통유리가 인상적인 건물이 나타났다. 난립한 공장들 뒤, 유일하게 숨통을 열어주는 공간 같았다.
 
기자를 반갑게 맞은 오감의 이창수 디자인연구소장은 "디자인의 세계는 지방과 서울의 차이가 없다.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최고의 디자인을 창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 소장이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 오감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청이 공모한 당산동~여의서로 간 보도육교 설계 공모에서 12개 국내 굴지의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 당당히 당선작으로 선정됐기 때문. 공사비만 2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국회의사당 앞 올림픽대로를 가로지르는 길이 278m, 너비 7.3m, 최고 높이만 13m인 국내 최대 규모의 육교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이 소장은 "국회 앞에 들어설 이 구조물은 상징성이 뛰어나 디자인 업계에서는 유치에 사활을 걸 만큼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면서 "내로라하는 국내 업체들을 제치고 오감이 공모에 당선된 것은 김해지역 업체의 디자인 실력을 입증한 쾌거"라고 자랑했다.
 
실제 오감이 설계한 보도 육교는 여러가지 면에서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최초로 육교에 비대칭 트러스트 구조 방식을 적용, 보행자의 조망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또 육교 상부에는 태양광 캐노피를 설치해 경관조명과 엘리베이터의 전력을 공급하게 하는 친환경적 설계도 돋보였다.
 
이 소장은 "일반적인 육교는 강관 구조물을 위나 아래로 설계하는 방식이어서 보행자들의 시야를 가릴 수 밖에 없다"면서 "오감의 디자인연구소는 '지게' 원리를 이용해 상판을 지지하는 구조물을 옆으로 배치해 시민들이 이동시 조망권을 확보토록 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이번에 설계한 보도 육교는 '잔잔한 물결'을 디자인 콘셉트로 잡은 뒤 모든 디자인적 요소가 주요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않게 통일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다소 추상적으로 들리던 이 소장의 설명은 설계 디자인을 직접 보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육교 전체가 유려한 곡선을 이루었고, 환경적 기능성을 강조한 상부 캐노피 역시 '결' 콘셉트에 맞춰 굽이쳐 흐르게 설계돼 율동감을 더하고 있었다.
 
이 소장은 "사실 보도 육교의 디자인 콘셉트를 '결'로 결정하기까지는 팀원들이 육교가 들어서는 장소의 지형과 의미, 상징성, 활용도 등을 총망라해 아이디어를 짜냈다"면서 "이우연 대표, 디자인연구소, 스태프 등 모든 직원들의 끈끈한 팀웍이 중앙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팀웍을 바탕으로 오감은 부산~김해 경전철 경관 육교 환경개선, 부산 용호만 등대형 조형물 제작설치, 울산 여천천 생애하천 경관기본 설계, 등 디자인 업체 불모지인 경남, 부산지역에서는 야무진 토종 디자인업체로 내실을 다져왔다. 1996년 3명이 모여 설립한 이 회사는 현재 식구가 17명으로 늘었고 연간 매출액은 지난 2009년 40억원에서 지난해 6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소장은 "서울시가 지난해 각종 경관사업 디자인에 2천억 원을 들인 것에 비하면 지방에서는 디자인에 관심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며 "지방에서도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시장을 형성해야 관련 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