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찬 남기지 마세요." 공윤권 경남도의원이 삼계동 '자연밥상'에서 숙회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있다.
한우 숙회·육회 비빔밥과 정식 메뉴
두부조림·오이소박이 등 집반찬 구성
손님마다 즐겨 먹는 음식 맞춰 차려내
공 의원 "정말 믿어도 되는 먹을거리"


경남도의회 공윤권(민주당·김해3) 의원은 지난해 9월부터 이런 저런 사정 탓에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고생을 했다. 외식을 하고 나면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경우가 잦아 어지간하면 집에서 식사를 해야 했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는 외식을 할 수 있게 됐다. 단, 딱 한 군데 식당에서다. 이 식당은 '자연밥상'이다.
 
"어떻게 알게 된 식당이냐"고 묻자, 공 의원은 "정말 우연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4~5개월 전쯤 이 식당의 주변을 지나다 우연히 발견했어요.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음식점 이름도 참 정직하다 싶게 자.연.밥.상.이었죠. 음식을 먹어봤는데, 맛이 깔끔하고 마치 집 밥을 먹는 것 같아 자주 오게 됐습니다."
 
사실 그는 원래부터 '바른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았다. 김해시학교급식지원센터 추진위원회를 지원하는 등 학교급식 문제를 1년 넘게 다루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바른 먹을거리에 늘 신경을 쓴 덕에 좋은 식당을 찾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기자는 공 의원을 최근 ㈔시민정책참여연구소 정보공개센터(본보 11일자 8면 참조)를 취재하면서 처음 만났다.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센터였다. 기사를 쓴 인연으로 공 의원에게 맛집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그는 선뜻 자연밥상을 이야기했더랬다.
 
자연밥상 메뉴판을 보니 육회비빔밥, 숙회 비빔밥, 정식 등이 보였다. 어떤 게 대표 메뉴냐고 물었다. 한재영(41) 대표는 "우리 집의 대표 메뉴는 육회 비빔밥이다. 사실 맛없는 건 팔지 않으니 다 맛있다. 다만, 대표 메뉴를 적어 놓지 않으면 손님들이 '여기는 잘하는 음식이 없구나'라고 오해할까봐 별도로 적어놓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감이 묻어났다.
 
한우를 볶아 만든 숙회 비빔밥이 식탁 위에 올라왔다. 두부조림, 오이소박이, 무채나물, 숙주나물, 멸치볶음 등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이 곁들여졌다. 공 의원은 "웬만하면 반찬을 남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 대표가 일일이 손님을 챙기면서 손님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확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반찬을 남기면 피곤해진다"며 웃었다.
 
한 대표는 일단 음식부터 먹어보라고 했다. 질문은 그 뒤에!
 
숙회 비빔밥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숟가락으로 쓱쓱 비볐다. 밥을 한 숟갈 크게 떠 입에 넣어 먹어보니, 정말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음식이 절로 생각났다.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은 첫 숟갈은 맛있지만 먹다보면 느끼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숙회 비빔밥과 함께 나온 반찬들은 먹으면 먹을수록 깔끔하고 담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한우를 볶아 만든 숙회 비빔밥.
한 대표는 원래 경북 영주에서 '애너밸 리'라는 한식전문점을 2년 동안 운영했다. 그 한식당은 영주시장이 자주 찾을 만큼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모범업소, 으뜸음식점으로도 지정됐다. 지난해 5월에는 영주삼계탕 요리경연대회에서 외식산업상을 수상했을 만큼 한 대표의 요리 실력은 뛰어났다.
 
한 대표는 지난해 12월 애너밸리를 접고 김해로 와 자연밥상을 차렸다. "처음에는 혼자서 식당을 꾸렸다. 모든 음식을 직접 조리하다보니 손님에게 음식을 내놓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할 수 없이 종업원을 고용했다. 음식을 먹고 싶은데 오지 못하는 손님들을 위해 배달도 하게 됐다. 배달을 다녀온 뒤에는 손님들이 어떤 반찬을 남기는지,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일일이 기록해 더 나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저 사람 음식은 믿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연밥상을 이리 저리 둘러보니 재미있는 벽보가 보였다. '맛있는 철학 1.손님이 손해보면 안 된다. 2.장사는 이윤보다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한 대표는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다. 항상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낸다. 또 '장사는 이윤보다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거상 임상옥의 명언을 마음에 새기고 단골손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설명을 듣고 보니 반찬 하나하나마다 그의 독특한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 했다.

숙회 비빔밥 한 그릇을 뚝딱 다 비웠다. 공 의원이 자연밥상의 음식에 대해 마지막 한 마디를 보탰다. "비싸고 화려한 음식보다 소박하고 정직한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더 좋아요. 누구하고 오더라도 서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자연밥상/삼계동 1458-5. 맥도날드 안 골목 희망공원 맞은편. 055-313-0031. 육회·숙회 비빔밥 8천 원. 정식 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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