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이었던 추석이 지났다. 명절을 보내고 나면 두통, 우울증 등과 같은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명절 증후군'이다.
 
인터넷에서 명절 증후군을 검색해 보니, 명절 증후군에 시달린 여성들을 위한 여행상품 소개가 가장 많아 보인다. 명절 증후군의 원인이 가사노동, 육체노동이라면 해결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가족이 가사노동을 분담하거나, 여행상품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들이 경험하는 명절 증후군은 단지 가사노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명절은 '한동안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명절 때 모이는 '우리 가족'은 과연 누구인지 생각해 보자. 명절 전날, 그리고 명절 당일 아침식사를 같이 하는 '가족'은 기혼여성의 입장에서는 '남편의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명절 때 가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대부분 시어머니, 며느리, 동서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여성들이다. 이처럼 명절은 가부장적 가족주의가 가장 뚜렷하게 재현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명절 증후군은 주부들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무심히 건네는 질문들, 이를 테면 '공부는 잘하니', '취직은 했어', '결혼은 언제 할 거야' 등 무심코 던지는 질문들은 스트레스를 줄 가능성이 높다.
 
명절이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면 명절에 만나는 친지들은 서로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될 수 있도록 이해와 배려를 우선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