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는 강과 바다와 공항과 들판을 가진 천혜의 땅이다. 나는 김해에 살면서 아름다운 자연과 신비한 역사를 지닌 김해의 시민임이 더없이 자랑스러웠다. 금바다라고 불릴 만큼 풍요한 땅, 만장대 위에 올라가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면 바닷길과 하늘로 열려진 길이 보였다.
 
나는 아주 오래 전에 김해시에 '미래도시'라는 아이디어를 보탠 적이 있다. 마치 그리스 아테네처럼 한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도시, 비록 지역민들이 그리스 시민처럼 지혜롭지 못해 그리스 신화처럼 많은 스토리텔링도 못하고 말았지만 구지봉은 만장일치로 수로를 받아들이던 민주적 포럼이 열리던 곳이었고 이주여성 허황옥이 이만 오천리를 달려와 청년 김수로를 만나던 곳이며 자신의 성을 두 아들에게 물려 준 양성평등의 시원지이다.
 
이런 마음을 담아 김해를 '오래된 미래'라고 했더니 임진택 씨가 제 1회 세계가야축전의 주제로도 썼던 기억도 난다. 만약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더 상상력이 풍부하고 김해를 더 사랑했다면 김해는 아마도 세계적인 문화도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전임 송은복 시장 시절에는 가야고도의 자긍심을 바탕으로 역사문화도시 김해 건설의 가열찬 노력이 있어 난개발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문화시설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누구나 시장이라고 해서 그런 일을 다 해 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문화시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문화의 거리를 걷고 클레이아크에 간다.
 
그러나 문화시장이라며 기대했던 지난 4년은 그야말로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마을 도서관이 많이 생긴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문화재단의 기금이 어울리지 않는 종탑 건축이나 일회성 행사에 사용된 것밖에 한 일도 별로 없다. 김해의 축제는 시대에 맞게 성장할 줄을 모르고, 문화재단은 관내 업체들에게 시장 맘대로 쓸 수 있는 지정 기부금을 받아 문화재단 기금을 김해의 중장기적 문화발전 플랜을 짜고 시행하기보다 김해문화 발전에는 크게 도움 되지 않는 일에 허비하고 말았다.
 
그리고 시장이 바뀐 지금도 인적 구성이나 조직 구조나 기획을 보면 희망을 가지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문화재단이 생기면 김해문화의 중장기적인 문화플랜이 만들어지고 가동되어 언젠가는 그야말로 김해가 문화도시가 될 수 있으리라 꿈꾸던 나같은 시민에겐 지난 4년은 통한의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다른 지역이 열심히 문화플랜을 시행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드라마 제작이니 역사테마파크니 하면서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가? 진정으로 김해를 사랑하는 정치인은 없고 공무원은 보직 순환제를 시행하다 보니 전문성이 자랄 수가 없었다. 시 의원들은 문화에는 관심도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김해처럼 고대국가로서 유적·유물이 적은 지역은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해야 한다. 꽃을 꽃이라 불러야 꽃이 되듯이 김해를 잊지 못할 무엇으로 의미화하고 그것으로 지역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많은 타 지역 사람들이 김해를 상상하고 오고 싶어 할 것이다.
 
부디 더 이상은 김해가 지체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 진정한 전문가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김해문화, 이대로 두면 다른 도시에 비해 형편없이 낙후된다. 그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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