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안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자공(공자 제자)이 "정치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대답했다. "정치란 백성들을 넉넉히 먹이고(足食), 국방을 튼튼히 하며(足兵), 백성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民信之)이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만약 이 세가지 중에서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군사를 버려라(去兵)." "그럼 (나머지)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버리지 않을 수 없다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합니까?" "경제를 버려라(去食). 예부터 백성이 죽는 일을 겪지 않은 나라가 없었지만 백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설 수 없는 것이다."
 
정치에서 '신뢰'를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꼽고 있는 공자의 정치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화입니다. 2천500여년 전의 정치와 후기 정보화 사회에 진입한 21세기의 정치가 같을 수야 있겠습니까만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와 국방은 다시 일으켜 세울 기회가 있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힘든 속성이 있거니와, 국민들의 신뢰를 잃으면 경제도 군사도 튼실히 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자의 정치관을 이명박(MB) 정부에 한번 대입시켜 보겠습니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은 우리의 국방이 너무나 허술함을 입증했습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했거늘, 우리는 싸움도 한번 해보지 못하고 당했으니, 국민들이 어찌 국방을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足兵(족병)'에 금이 간 셈입니다.
 
MB는 '747'(연 7% 성장, 1인당 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공약으로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이 공약이 달성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여기다 서민경제는 파탄났고, 전세대란에 물가폭등까지 겹쳤습니다. '足食(족식)'도 어려워 보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가장 중요한 '民信之(민신지)'입니다만 이마저도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세종시 문제를 놓고 MB가 공약을 어기는 바람에 큰 사회적 비용만 치루고 원점회귀하더니, 새해 들어선 역시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과학비즈니스벨트' 약속을 깨버림으로써 충청도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비단 충청도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들과의 신뢰의 문제입니다.
 
MB의 뒤를 따라 정부 관료들도 줄줄이 '신뢰 깨기'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구제역 파동과 저축은행 사태는 관료들의 가볍고 비뚫어진 입으로 인해 더욱 악화됐습니다.
 
한자 '信(신)'은 '人(인)+言(언)'의 회의자입니다. 즉, 신뢰란 그 사람이 한 말을 믿는다는 뜻입니다. 말을 믿지 못하면 아무것도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民信之'를 지방정부인 김해시에 대입시켜 보겠습니다. 김맹곤 시장의 취임 일성은 부산~김해 경전철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전철 운용에 따른 비용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낸 혜안이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시장 인수위 소속 인사들이 대거 경전철 운영회사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갔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으니, 김 시장의 말을 어떻게 믿어야 합니까. 김 시장은 해명과 함께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만 합니다.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리더가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으면 그 조직은 망하거나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無信不立(무신불립)' 즉, 신뢰가 없으면 조직이 설 수 없음입니다. 그 신뢰의 기본은 리더가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며 일단 한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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