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이주노동자 쉼터 한글수업반

매주 일요일 무료교실에 80여명 삼매경
교재·교사 부족할 정도로 수강생 늘어


부원동 옛 김해관광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미얀마 이주노동자 쉼터'에는 매주 일요일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50~60명씩 몰린다. 일요일 낮 12시부터 시작되는 한글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이 쉼터는 2011년 부산 주례동 '담마야나 선원'의 미얀마 출신 법승 스님과 몇몇 미얀마인들이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쉼터가 생긴 뒤 한국어에 익숙한 미얀마 사람들과 몇몇 우리나라 봉사자들이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에게 무료로 한글을 가르치면서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한글교실이 열리게 됐다. 쉼터는 2층과 3층, 두개 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외부사람들에게는 '미얀마 도서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미얀마 도서관에서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1시께 찾은 미얀마 쉼터. 미얀마 이주노동자 1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글을 공부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일엔 직장에서 이주노동자로 불리지만 이곳에서는 모두 학생이다.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는 현재 부경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미얀마인 킨투자(33) 씨다. 그는 "여기서 수업을 받은 미얀마인들이 페이스북으로 한글교실을 소개한 덕에 더 많은 미얀마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찾아오는 미얀마사람들은 늘어나는데, 한글 교재와 교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자주 사용하는 한국말'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었다. 킨투자 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김해시청에 어떻게 갑니까,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나요, 여기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미얀마 학생들은 교재를 보며 한국어를 떠듬떠듬 따라했다. 한 학생이 '얼마나 걸리나요'를 '얼마나 골라내요'라고 잘못 발음하자 킨투자 씨가 즉시 바로잡아 줬다.
 
2시간이나 수업이 계속된 끝에 마침내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학생들에게 "한글을 왜 배우려고 하느냐"고 질문했더니, "더 좋은 직장으로 가기 위해",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생활을 더 편하게 하려고"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 미얀마인은 "이주노동자들을 괴롭히는 악덕 사장을 경찰에 고소하기 위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또다시 웃음보를 터뜨렸다.
 
한글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미얀마인은 80여 명이다. 이중 40여 명은 한글을 말하고 쓰는 것이 서툰 초급반이며, 나머지 30여 명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쓰는 것이 서툰 중급반이다. 중급반 학생 중에는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4~5명이나 된다고 한다.
 
특별한 꿈을 가지고 한글을 공부하는 미얀마인도 만날 수 있었다. 공업용 테이프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표닌쵸(27) 씨는 "한글을 익히는 것은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서다. 미얀마어로 된 바리스타 입문 서적이 없어 한국 서적을 봐야 하기 때문에 우선 한글을 익히고 있다. 돈도 벌고 커피를 만드는 기술을 익혀 고향에서 카페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표쵸린(27) 씨는 "미얀마로 관광 오는 한국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글을 배워 미얀마에서 한국인들에게 미얀마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안내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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