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로 김해 돌아와 곳곳서 노래 공연
앨범도 직접 만들어 '팬' 등에게 선물

가을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던 지난달 29일 오후 3시 김해문화의전당 애두름마당에서 제24회 김해예술제 참여행사 중 하나인 수로청소년예능콘서트가 열렸다. 오프닝 무대에서 한 남자가 혼자 기타를 맨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버스킹'(길거리 공연) 가수인 권경렬(28) 씨였다. "평소에 김해문화의전당 가로수 길 의자에 앉아서 거리 공연을 해요. 최근 토요일 저녁에 노래를 하는데, 김해예총 관계자가 명함을 주면서 오프닝 무대에서 노래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구요."
 

김해고등학교를 졸업한 권 씨는 충청남도 서천에 있는 한산초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교사다. 현재는 군 복무 때문에 고향인 김해로 돌아왔다. 그는 대학교 1학년 때 밴드부에 가입한 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대학교 4학년 때는 기타를 사서 장난처럼 작곡·작사도 했다. 거리 공연을 시작한 건 지난해 봄부터다. "교사로 일하면서 받은 첫 월급으로 앰프를 샀죠. 소리를 내고 싶어 무작정 밖으로 나간 게 거리 공연의 시작이에요. 학교에 있을 때는 서천청소년문화센터에 가서 노래했죠. 김해에 돌아와서는 김해문화의전당 가로수길, 연지공원, 구산동에서 활천 고개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인도에서 자리를 잡고 노래를 해요."
 
기타 하나만 들고 노래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잘 들어주느냐고 물었다. 권 씨는 "잘 안 들을 것 같지만 의외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추고 노래를 들어주는 일이 많다. 가끔씩은 음료수도 주고 그런다"며 웃었다.
 
권 씨는 지난 7월 이른바 '가내수공업형' 음반도 냈다. 그동안 녹음한 음악 12곡을 일일이 컴퓨터로 CD에 굽고, 직접 찍은 사진 중 앨범 사진을 골라 표지에 인쇄했다. "총 200장을 만드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어요. 그 중 100장은 아는 분이 팔아주겠다며 한 장당 5천 원씩 도매(?)로 사갔죠. 나머지는 그동안 제 노래를 들어주던 분들의 주소를 받아서 소포로 보냈습니다."
 
마침 <김해뉴스>와 정식으로 인터뷰를 했던 지난달 30일은 권 씨의 생일이었다. 그가 핸드폰에 담긴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예쁘게 포장된 박스와 그림책, 손글씨로 쓴 편지가 담겨 있다. 권 씨는 "저도 생일을 까먹고 있었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제 음악을 들었다는 분이 소포로 보내주신 것"이라며 자랑했다.
 
권 씨의 별명은 '권나무'다. 이런 별명이 붙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가수 김광석이 부른 '나무'라는 노래의 가사를 읊었다. '나는 하늘을 찌를 때까지 자라려고 하오. 무성한 가지와 그늘을 팔려 하오.' 마지막에 그늘을 판다는 부분이 그에게 나무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그늘을 내준다는 것처럼 들렸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 높게 자라고 남들도 보듬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나무라는 별명을 스스로 붙였다.
 
권 씨는 내년 봄에 가내수공업형 앨범 2집을 내고 싶다고 했다. 현재 5~6곡을 녹음했다고 한다. CD가 나오면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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