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지역은 최근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신도심이 형성되면서 구도심 상권이 몰락해 주민들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사진은 구도심에서 바라본 신도심 지역이다.

진영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읍(邑) 소재지 중 하나로 오랫동안 발전이 정체돼 있다가 최근 대규모 주거단지 건설과 함께 신도심이 조성되면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이다. 지리적으로 김해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해 창원과 밀양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남해고속도로와 경전선 철도 등이 지난다.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던 인구는 새로 조성된 신도심에 3천여 세대에 달하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순식간에 3만 명을 넘어섰다. 또 국도 14호선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진영갈비' 가게들과 '진영단감'이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진영 상권의 특징

진영 상권의 특징은 도심 전체가 창원시의 베드타운 역할과 인근 한림과 가술, 동읍지역에 산재해 있는 공장 근로자들의 '숙소' 구실을 하기 때문에 유동인구는 많은 반면 공동화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국도 14호선을 경계로 남쪽의 구도심과 북쪽의 신도심으로 나눠지며, 동쪽으로는 김해, 서쪽으로는 창원과 각각 접해 있어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 닷새마다 장이 서는 '진영 5일장' 옆에 지난해 말 현대식 '진영상설시장'이 들어섰다.

먼저 구도심에는 중심 도로를 따라 길게 가게들이 자리를 잡았으나, 신도심 조성 이후 문을 닫는 가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도심 발전을 막고 있던 경전선 철로는 외곽으로 이전하고 철로 해체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읍사무소를 비롯해 진영의 모든 행정기관들은 아직 구도심에 많이 남아 있다. 닷새(4일과 9일)마다 인근 주민들을 한곳으로 끌어모으며 큰 명성을 날리던 '진영 5일장'은 예전만 못하다. 그나마 지난해 '진영상설시장'이 완공돼 상인들이 한시름 덜었지만 손님들이 얼마나 찾아줄지는 알 수 없다.
 
진영 토박이로 소형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준신(46) 씨는 "이곳은 밤 9시만 넘으면 인적이 드물고 상가도 모두 문을 닫는다"며 "지금처럼 계속 구도심 재개발이 미뤄지면 슬럼가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신도심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코아루, 자이)를 가운데 두고 전면과 좌우를 상가들이 둘러싼 형국이다. 제법 규모가 큰 상가도 여럿이고 가게 종류도 다양하다. 음식점부터 옷가게, 휴대전화 대리점, 호프집, 선물가게, 문방구, 은행, 제과점, 부동산사무소, 모텔 등이 들어섰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전부다. 아무리 다양하고 많은 상가가 집결해 있다 하더라도 아파트 상가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가 없다. 가족단위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곳도 밤 10시 이후엔 인적이 뜸하다. 또 가게들이 모두 새 건물이어서 가게 세가 엄청 비싸다. 이는 곧 비싼 물가로 이어진다.
 
마산에서 5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는 주부 박순명(44) 씨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구색은 다 갖췄는데도 왠지 2% 부족한 느낌이다"며 "작은 물건은 여기서 구입하고 큰 물건 구입이나 쇼핑은 창원으로 나가서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최근 창원과 밀양을 연결하는 국도 25호선을 따라 아웃렛 거리가 조성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곳은 김해에서 아웃렛이 가장 많이 집결된 곳이기도 하다. 골프웨어에서부터 아웃도어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주로 국도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많이 찾는데, 요즘엔 입소문을 타고 김해나 창원은 물론, 멀리 부산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진영 신도심 개발과 함께 새로운 명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 진영상권의 문제점

진영상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점점 깊어지는 구도심과 신도심 간의 이질감이다. 구도심에는 본토박이들이 많이 살고, 신도심에는 타 지역에서 이주해온 주민들이 대거 몰려 사는데 이들이 느끼는 이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들도 신도시는 '부자동네', 구도심은 '가난한 동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구도심이 재개발 돼야 하는 이유를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이제 겨우 인구 3만 명을 넘어선 곳에 크고 작은 '중소마트'들이 무려 10여 개나 들어서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객은 한정돼 있는데 상가들은 넘치다보니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론, 도시가 팽창할 경우를 가정하고 투자한 것이겠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진영에는 병원과 학교, 특히 고등학교가 턱없이 부족하고, 신도심의 경우 대중교통수단이 불편해 자가용이 없으면 생활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통시장과의 상생과 공존의 문제도 풀어야할 과제다. 전통시장의 생존은 구도심의 발전과도 괘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진영 5일장은 아직도 비만 내리면 오롯이 비를 맞아야 하는 형편이다. 지붕 아케이드와 바닥공사 같은 시설 현대화사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이 지난해 상설시장이 완공됐으나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한때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던 '진영갈비'는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지역특산물은 지역을 알리고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호재인데 명맥이 끊어져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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