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장관의 밀어내기 식 압력으로 검찰총장이 사퇴했고,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인기초연금 조정에 반발해 사퇴했다. 두 장관의 말과 행동을 보면 반식재상(伴食宰相)과 묵적지수(墨翟之守)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반식재상은 중국 당나라 현종 때 재상 노회신의 이야기다. 당시 명재상 요숭이 병이 나자 노회신이 그 일을 대신 맡았다. 그런데, 그는 모든 일을 아픈 요숭을 찾아가 물어보고 처리하였다. 반식재상은 이를 빗댄 말로, 능력이나 전문지식과는 관계없이 학연·혈연·지연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지는 즉, 다른 사람 덕분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을 일컫는다.
 
묵적지수란 자기 소신을 끝까지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묵적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인 묵자의 본명이다. 초나라 공수반이 송나라를 공격한다는 말을 듣자, 묵자는 공수반을 찾아가 "북방의 어떤 자가 저를 모욕하였는데 그 자를 죽여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공수반이 "나는 의를 중시하는 사람으로 일면식도 없는 그런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하자 묵자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것을 의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어찌 송나라 백성을 죽이는 일에 가담한단 말이오"라고 공박해 공수반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신문·방송과 SNS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한 장관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해 윗선의 눈치 보기만 하다 검찰총수를 몰아내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식재상의 전형이다. 다른 장관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여 양심을 걸고 사퇴를 하였다. 묵적지수의 표본이다. 우리는 황제의 입만 쳐다보는 재상을 원하지 않는다. 황제의 분노를 받을지언정 백성의 가슴과 눈물을 헤아릴 수 있는 현상(賢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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