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의 급격한 산업화로 부원동, 동상동, 서상동 등 구도심은 공황 상태를 빚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삼계동, 내외동, 장유, 진영 등 신규 아파트 지역으로 떠나버리고,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상점은 하나둘 씩 늘어나고 있다. 구도심을 부활시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해뉴스>는 김해 도시재생 기획 시리즈 중 첫 번째로 마을버스 및 시내버스를 이용해 사람들이 몰려 들게 할 수 있는 '김해 골목길 르네상스'를 연재한다. 먼저 아름다운 골목길 만들기에 성공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부산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해 돌아볼 수 있는 골목길을 세 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 부산시 사하구 감천마을. 물이 좋아 '감내마을'로도 불렸는데 산복도로 관광문화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사람이 다니던 곳에 길이 생긴다. 그 길 따라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니 소통하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곳에 마을이 생기고, 그 마을의 삶이 모여 문화가 되고, 시간이 쌓여 마을의 역사가 된다.
 
부산의 산복도로도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유난히 산복도로가 많은 부산, 그래서 부산은 산복도로의 도시다. 산복도로가 부산의 역사와 삶의 애환을 오롯이 담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광복과 한국전쟁의 과정 속에서, 고향을 등진 사람들의 궁핍했던 삶들이 눈물처럼 고여 있는 곳이 바로 산복도로인 것이다.
 
실핏줄 같은 길 따라 따닥따닥 집이 들어서고, 고만고만한 마을들이 생겨났다. 집과 집 사이로 미로 같은 골목이 빽빽이 얽혀 있고, 그 골목 따라 사람들이 그들만의 독특한 삶들을 이어갔다, 그리하여 부산에 '산복도로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이 산복도로가 새로운 도시재생공간으로, 부산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부산 속 '슬로우 라이프 공간'으로 각광 받으며, 전국에서 산복도로를 걷기 위해 찾아들고 있다. 그야말로 '산복도로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이다
 
산복도로에 알록달록 색을 입히고,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산복도로 사람들의 삶들을 덧칠해 '도시재생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결과다. 그 대표적인 곳이 '감천문화마을'과 '초량 이바구길'이다. 특히 '감천문화마을'은 지난 한해 10만 명에 달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부산의 산복도로로 불러 모으며 '산복도로 관광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부산시 사하구 감천마을은 원래 감내(甘川)마을, 물이 좋아서 지어진 마을이름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계단식 마을이다. 옥녀봉을 중심으로 계곡을 넓게 깎아 가로로 열을 지어 집을 지었다.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 마을 중 하나다.
 
흔히들 '기차마을'이라고도 불렸다. 밤이 되면 루핑집 창문으로 불빛이 새어나가는데, 멀리서 보면 수평으로 길게 이어진 집이 달리는 밤기차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1955년 태극도 사람들이 이곳으로 집단이주를 해오면서 '태극도 마을'이라 불리기도 했다.
 
높은 언덕배기의 마을이 성채처럼 견고하고 오밀조밀해, 멀리서보면 마치 사라진 잉카제국의 공중도시 '마추픽추'가 연상이 되어 '부산의 마추픽추'라고 불리기도 한다.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좁은 골목 사이로 집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원래 인구 2만여 명이 살던 제법 큰 마을. 지금은 반 이상 줄었다. 현재 부산의 여러 다양한 예술가들이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부산의 대표적 문화마을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기존의 마을을 깨끗하게 보존하면서 마을 곳곳에 공공미술 작품을 조화롭게 설치, 마을 전체를 예술작품으로 꾸며놓아 세계 유수의 언론에 잇따라 소개되기도 했다.
 
인간세상과 예술적 상상공간의 접목
한국의 '마추피추' '산토리니' 등 격찬


CNN은 '아시아에서 가장 예술적인 마을?(Is this Asia's artiest town?)'이라는 제목과 함께 '낙후된 골목길에 다양한 예술작품이 어우러져 많은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며 '미로처럼 얽힌 골목에서 길을 잃는 것이 이 마을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소개했다.
 
▲ 밤과 낮의 색다른 마을풍경과 건물 벽면에 마을 전체를 그린 그림에서도 도시재생의 희망이 꿈틀거린다.

또한 프랑스 유력 신문 '르몽드'도 '감천, 미로 끝에 있는 예술 마을(A Gamcheon, l'art au coin de la venelle)'이라는 제목으로 감천문화마을을 '레고마을', '한국의 마추픽추',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린다며 '추억이 존재하는 예술마을'로 묘사하기도 했다.
 
마을에 들어서면 한 건물 벽에 감천마을을 그대로 재현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시각적으로 마을 전경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다. 원래의 감천마을과 그림 속 감천마을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이는 입구부터 감천마을과 공공예술이 함께 한다는 선언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감천마을의 오래된 삶과 새로이 시작하는 도시재생의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문화마을을 꿈꾸는 상징성을 읽을 수 있다.
 
벽화 건물 주위 옥상에는,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새의 형상을 띤 설치물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사람, 그리고 새'란 작품이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고, '인간의 세상'과 '예술적 상상의 공간'이 합일하는 감천마을을 상징하는 것 같다.

전시안내관·전망대 거주형태 원형 활용
골목 입구 아트숍 주민·작가 작품 판매
마을 곳곳 속속들이 안내하는 이정표

 
'하늘마루'를 오른다. 하늘마루는 감천문화마을을 안내하고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는 전시 안내관이자, 전망대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주민이 거주하던 집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재생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1층에는 감천문화마을 운영센터가 있고, 옥상에는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니 우선 감천마을 전체가 조망이 되는데, 마을 곳곳이 제 깊은 속살을 환히 다 드러내 보이고 있다.
 
▲ 올망졸망 저마다 특색있는 골목길과 이정표가 이채롭다.

마치 레고를 쌓아놓은 듯 촘촘하게 집들이 들어차 있고, 색색으로 알록달록하다. 가로세로로 구획되어진 좁은 골목들이 거미줄마냥 끝없이 뻗어 있다. 그리스 지중해 마을 '산토리니'처럼 오밀조밀하게 편안한 마을이, 골목골목 햇빛을 받으며 평화롭기만 하다.
 

바다 위 언덕배기 마을이라 풍광도 시원하고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다. 마을 주변 뿐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확 트인 전망도 파노라마처럼 시원하게 펼쳐진다. 멀리 부산의 바다가 푸른 물결 출렁이며 온통 눈앞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천마산을 중심으로 부산항과 감천항이 환하다. 감천항 쪽에는 두 방파제와 점점이 떠 있는 선박, 항만시설 등이 오밀조밀하게 펼쳐진다. 부산항 쪽에는 거대한 컨테이너선의 입항 모습이 특히 이채롭다. 바다는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반짝인다.
 
마을 골목 입구. 감천마을 아트 숍이 앙증맞게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감천문화마을 주민들과 예술작가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스카프, 손수건, 도자기, 금속 제품 및 비누, 양초 등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판매되고 있어 자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본격적으로 마을로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좁은 골목과 골목. 미로가 따로 없다. 마을 곳곳마다 어느 방향으로 가도 골목과 골목이 만나고, 까꼬막의 계단과 계단이 만난다. 골목은 가로로 집과 집을 이어주고 계단은 세로로 골목과 골목을 이어준다. 그들이 만나 소통의 길을 만들고, 문화의 아름다운 마당을 만든다. 오죽하면 감천마을 재생 프로젝트 이름이 '미로미로(美路迷路)'였을까?
 
▲ 마을 축대 곳곳 벽면에는 나무판자로 만든 형형색색의 나무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희망의 세상으로 향하는 듯하다.

골목길 따라 올망졸망한 이정표들이 마을 곳곳을 속속들이 안내하고 있다. 그 길 따라 고만고만한 집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 있고, 집 앞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예쁜 꽃 화분과 잎채소들이 파릇파릇,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골목 몇 곳에는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앙증맞게 앉아 있고, 그곳에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담을 나누고 있다. 이들의 담소가 마을의 문화와 마을의 역사가 된다면, 이 구멍가게가 감천마을의 '스토리텔링 하우스'가 아닐까?
 
가게 앞 평상에서 과일 추렴을 하고 있는 동네 할머니들에게 '맛있게들 드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대뜸 사과며 감이며 과일 몇 조각을 기어코 안긴다. 낯선 사람들이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는데도, 그들은 부산의 문화마을 자긍심을 잃지 않고 있었다. 
 
골목을 오르내리다 보니 '감내어울터'가 보인다. 옛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어진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공방, 카페 및 갤러리, 문화강좌시설, 쉼터와 옥상전망대 등이 있다. 이곳에서 가까이 바라보는 마을은 또 다른 정취가 있어 재미가 있다.
 
'감내카페'는 하늘마루로 올라가는 골목길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데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었다. 커피, 음료수, 쿠키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수익금은 마을기금으로 사용된단다. 감내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과 마주한다. 향기로운 커피향이 편안한 마을의 넉넉함을 닮았다.
 
주민·관광객 커뮤니티 공간 '어울터'
빈집 개조 '감내카페' 수익금 마을기금
술래잡기·딱지치기 등 '골목축제' 특화
내일의 태양이 골목골목 따스하게 스며


가장 전통적인 마을축제인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도 매년 개최하는데, 전국 각지에서 추억의 골목축제를 체험하기 위해 몰려들기도 한다. 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골목길 투어, 골목갤러리 등 골목을 주제로 한 이색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골목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풍성한 것도 이 축제의 특징. 술래잡기, 딱지치기, 공기놀이 등 감천골목대장 선발대회가 펼쳐지고, 아이스께끼, 달고나, 뻥튀기와 같은 다양한 먹을거리들도 즐길 수 있다.
 
마을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 마을의 축대 곳곳 벽면에 나무판자로 만든 나무 물고기들이 설치되어 있다. 형형색색의 나무 물고기는 떼를 지어 벽면에서 물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미술작가들이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공동으로 작업한 미술전시물이다. 한 사람 한 사람, 각각의 마음 속 물고기들이 떼를 이루어 희망의 세상으로 향해 가는 듯하다.
 
어디서 나서 무엇을 하다 이리로 흘러들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함께 살며 희로애락을 나누며 하나가 된 사람들. 그들이 물고기가 되어 감천의 물줄기를 타고 내일을 향해 힘차게 비상한다. 감천문화마을의 희망이 찰박찰박 이곳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대중교통 안내=사하구 1번 마을버스(괴정초등학교~감천 2동 미화당슈퍼, 구감 하차), 서구 2번 마을버스(부산 서구청~삼보여객 차고지, 삼보여객 차고지 하차), 서구 2-2번 마을버스(부산 서구청~감천 고려수산, 구감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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