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왕성해져 자칫 '성장 징후' 오해
지방세포 커지고 늘어 성인비만 원인
성장판도 일찍 닫혀 키 작아질 수도

당·지방·염분 제한 식이섬유 늘려야
규칙적인 식습관과 운동도 꼭 필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인체는 생리적으로 여름철에 비해 신진대사량이 줄어든다. 겨울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지방을 축적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게 된다. 더불어 풍성한 햇곡식과 햇과일의 유혹은 여름철에 잃었던 식욕과 입맛을 당기게 한다. 음식 섭취량이 평소보다 늘게 마련이어서 쉽게 과식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자제력이 약한 어린이들의 경우 식욕이 더욱 왕성해지기 쉬운데, 이를 성장의 징후로 오해하는 경향이 많아 자칫 '어린이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가족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직장 여성인 엄마의 자녀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비만율이 2.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맞벌이 부모를 둔 아이들은 더 많은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
 

■ 성인비만으로 이어지는 소아비만

비만은 수명을 5~20년 단축시키고 각종 성인병과 함께 여러 가지 합병증을 일으킨다. 21세기의 전염병이라 할 만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만성질환이다. 특히 어린이 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소아비만의 80~85%가 성인비만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비만은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비만의 합병증인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심혈관계 합병증과 같은 대사증후군도 이미 이 시기에 나타난다. 또 지방세포의 크기뿐만 아니라 수가 많이 늘어난 상태여서, 체중을 줄여도 지방세포는 크기만 줄고 수는 줄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발하거나 성인병에 걸릴 위험은 항상 존재해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비만 어린이는 체지방이 많기 때문에 지방조직에서 생산되는 렙틴같은 호르몬에 의해 성호르몬 분비가 자극돼 이차 성징이 빨리 나타날 수 있다. 이 탓에 또래보다 일찍 크고 성장판이 조기에 닫혀 성인이 됐을 때 키가 작아질 수도 있다. 또 외모에 대한 열등감 등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게 되고,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어 심하면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린이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잘못된 식습관을 꼽을 수 있다. 탄산 음료와 스낵류를 간식으로 즐겨 먹는 것이 대표적이다. 야행성 생활로 인한 늦잠, 그로 인해 아침식사를 거르거나 점심·저녁 폭식으로 이어지는 불규칙한 식사형태, 달고 기름진 패스트푸드 섭취와 즉석식품 섭취 증가, 편식 등도 원인이 된다.
 
유전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부모가 모두 비만인 경우 어린이 비만이 나타날 확률은 80%에 이른다. 또 형제 중 비만이 있으면 다른 형제가 비만이 될 확률은 50~80%나 된다. 운동부족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부산 고신대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정현 교수는 "학업에 대한 부담이 커 학교생활 및 방과 후 신체활동이 크게 줄어드는 대신 TV나 비디오 시청, 컴퓨터 게임 등 실내 활동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어린이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라며 "뛰어놀 만한 공간이 줄어든데다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에 길들여진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우선
어린이 비만의 예방과 치료에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이 우선이다. 성인 비만의 경우 비만 치료가 끝나고 5년 후까지 감소한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이 불과 5% 미만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만큼 비만 치료는 어렵다.
 
비만과 그 합병증인 성인병을 차단하는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다. 비만이거나 비만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는 아이들의 잘못된 식습관은 반드시 고쳐주고,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전문적인 치료를 원한다면 비만 전문 클리닉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식이요법으로는 단순당, 지방, 염분의 섭취를 제한하고 식이섬유와 미량 영양소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총 에너지의 20%는 단백질로, 25%는 지방으로, 55%는 탄수화물로 구성하는 게 좋다. 그러나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필요한 영양소도 있기 때문에 너무 엄격하게 식사를 제한하면 성장에 지장이 초래되거나 신경성 식욕 부진 등의 질환이 발생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흔히 접하는 비만 어린이나 과체중 어린이는 현재의 체중을 수 개월 간 그대로 유지시키고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관리하면 키가 크면서 비만도가 줄어들게 된다.
 
아이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게 하려면 △음식은 20번 이상 오래 씹기 △세끼 골고루, 아침 꼭 먹기 △저녁에 과식하지 않기 △고칼로리, 인스턴트 식품 줄이기 △음식을 상이나 벌로 이용하지 말기 △음식은 식탁에서만 먹기 등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특히 부모는 마음대로 먹으면서 아이는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소외감, 좌절감을 안겨주고 반항심을 키울 수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족의 음식습관을 따라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식이요법을 하는 게 좋다.
 
운동은 아이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하는 그룹운동이 효과적이다. 운동 중에서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걷기, 뛰기, 실내자전거, 수영, 에어로빅 등의 유산소운동이 지방을 태우는 데 좋다. 단, 고도비만 어린이의 경우 줄넘기는 무릎 관절 손상을 줄 수 있어 삼가는 게 좋다. 운동은 낮거나 보통의 강도로 지속적으로 하는 게 좋다. 숨이 차지만 대화가 가능하고 땀이 나면서 약간 힘든 정도로 일주일에 3~5일 이상 해야 효과가 있다. 시간은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하면 식욕을 돋우므로 30~50분 정도가 적당하다. 초기에는 가벼운 운동에서 점차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많이 힘들면 10~15분 간격으로 나누어 운동하는 것도 괜찮다.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어린이라면 TV시청 시간이나 컴퓨터 게임 시간 등을 줄이면서 신체 활동량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정현 교수는 "비만 관리를 시작한 경우 너무 갑작스러게 변화를 준다거나 지나치게 목표를 높게 잡아서는 안 된다. 아이가 체중과 관계없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꾸준하게 격려하고 칭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속담도 있듯이 체중 감량보다 우선하는 것은 아이의 평생 건강을 위해 좋은 생활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움말:고신대학교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조교 이정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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