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김해시의 무상급식 지원 확대 방침에 따라, 무료로 점심식사를 하게 된 율하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식사를 앞두고 해맑게 웃고 있다.

"야호, 신난다." 점심이 담긴 식판을 든 박율해(9)군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부터 돈을 내지 않고 점심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 잘은 모르지만, 공짜라니까 일단 기분이 좋다. 반찬도 마음에 쏙 든다.
 
무상급식이 여전히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경남지역이 지난 2일 무상급식을 확대 실시했다. 경남도교육청은 따르면 무상급식 대상자는 553개 학교 18만2천459명으로 경남 전체 초·중·고생 54만 명 가운데 33.7%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무상급식 대상 학생 11만6천여 명 보다 약 6만6천 여 명이 늘어난 규모다. 이에 따라 김해 지역에선 동(洞)을 제외한 읍·면 거주 초·중학생,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의 학생 등 모두 3만5천여 명이 무상급식을 받게 됐다. 김해뉴스 취재진은 무상급식이 확대 실시된 첫날인 지난 2일 김해시 장유면 율하초등학교의 무상급식 현장을 방문했다.
 
이날 낮 12시 15분. 점심을 먹기 위해 급식실로 모여든 아이들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정다영(38) 영양사는 무상급식 사실에 대한 홍보가 덜 된 탓에 아이들이 이날부터 무료로 밥을 먹게 된 사실을 모른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사실을 알려주자 아이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2학년 학생인 민준(9)이는 급식비를 내지 않는 대신 책을 사보고 돈이 좀 더 모이면 텔레비전도 큰 걸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6학년 은수(13)의 생각은 좀 더 깊었다. 은수는 "만약 내가 무상급식 지원대상자고, 혼자만 무상급식을 받았다면 차라리 밥을 굶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지원대상자인 친구들이 알게 모르게 눈칫밥을 먹었는데, 이제 마음 고생하는 친구가 없어질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이광호(34)교사는 "무상급식 지원대상자를 조사할 때마다 늘 마음이 아팠다"며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자신이 대상자인 것을 모르도록 하는 것이 원칙인데 비밀 지키기가 쉽지 않고, 부모들의 경우에도 자존심이 상해 힘든 형편임에도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김해지역 동 제외 3만5000여명 혜택, 학생 학부모 교사 대체로 "환영"
급식 질·예산지원 안정적 보장이 관건, 당초보다 규모·범위 축소 시행엔 불만

이렇듯 무상급식 확대 움직임을 두고 실질적 대상자인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데 반해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해교육지원청 보건급식팀 관계자는 "경남도가 무상급식 지원계획을 축소 실행하면서 혜택 범위가 기존 예상치보다 많이 줄어들었다"며 "이번 무상급식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동(洞)지역이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는 만큼, 오는 2014년까지 점진적으로 무상급식 대상 범위를 넓혀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해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올 한햇동안 김해시가 무상급식 지원대상 확대를 위해 필요로 하는 예산은 모두 90억 여 원으로, 원안대로라면 분담비율은 경상남도가 40%, 도교육청이 30%, 김해시 30%다. 하지만 최근 경상남도가 지원 규모를 돌연 축소하면서 도교육청의 예산까지 덩달아 줄어들어 무상급식 수혜자 범위가 축소됐다고 김해시교육지원청은 설명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김해지역 읍·면 소재 고등학교 두 곳은 일부 비용만 지원받게 됐다"며 "김해시의 비축예산 만으론 무상급식 확대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급식의 질을 걱정했다. 학부모 박은희(43)씨는 "무상급식의 취지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혹시 '무상'이라는 이유로 음식의 질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영양사 정 씨는 "급식의 질이 떨어진다면 무상급식은 안하느니만 못하게 된다"며 "예산지원이 물가 상승률에 맞춰 합리적으로 책정 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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