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닮은 뒷산 '용산'과 '덕교' 합쳐 용덕
큰비 와도 잠기지 않아 '떳다리'로 불려
수심 깊고 저승길 관문 전설도 전해와
40~50년 전엔 '뱃노래'판 벌어지기도
100년 넘은 마을우물엔 아직도 물 솟아


"떳다리를 건너다니던 기억이 나십니까. 그 마을이 용덕마을입니다."
 
마을 취재를 다니면서 '떳다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떳다리를 건너 농사를 지으러 다닌 어르신들도 있었고, 떳다리를 건너 장을 보러 다녔다는 할머니도 있었다. 그런데 김해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떳다리가 어느 마을에 있었는지 콕 집어 알려주는 이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한지그림 화가 박경희 씨 취재를 갔던 기자는 그의 집에서 '떳다리공방'이라는 이름을 만났다. 용덕마을 앞에 있었던 '떳다리'를 기억하자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드디어 주촌에서 떳다리 마을을 찾은 것이다.
 

▲ 조만강이 마을 앞을 흐르고, 그 옛날 '떳다리'로 불렸던 덕교로 유명한 용산마을 전경. 주민들은 마을길이 넓어져 버스가 다닐 수 있게 되길 원하고 있다. 김병찬 기자 kbc@

용덕마을 김인석 이장은 취재 전에 마을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려왔는데, 그 정보에도 떳다리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김 이장은 "용덕은 용산과 덕교마을이 합해지면서 생긴 이름이다. 마을 뒷산의 형세가 용을 닮았고, 마을 앞 길은 조선시대의 국도였다. 조만강이 흐르는 마을 앞에 놓인 돌다리가 덕교"라고 설명했다.
 
덕교를 떳다리로 불렀던 것은 큰비가 와도 잠기지 않고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떳다리가 있던 곳은 수심이 깊어 그에 관한 전설도 전해져 온다. 주민 이재완(60) 씨는 "명주실 한 꾸리를 다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리고 떳다리를 건너야 저승에 들어간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떳다리의 상판은 돌로 만들었는데, 지금도 다리가 있던 자리에는 물속에 석판이 가라앉아 있다고 한다.
예전의 조만강은 한여름이면 물놀이장으로 변할 만큼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이 씨는 "강이 깊어 흥동, 칠산, 망덕 등 인근 6~7개 마을은 물론이고 김해에서도 물놀이를 왔다. 강변 모래밭에는 하얀 모래가 펼쳐져 있어 예쁘기로 유명했다. 용덕마을 개구쟁이들은 여름철 조만강에 물놀이 나온 사람들 옷을 몰래 숨기기도 했다"며 추억에 잠겼다.
 
마을에 앉아서도 강이 보였던 시절, 풍경은 좋았지만 비가 오면 홍수피해가 컸다. 마을 앞 들판이 물에 다 잠기곤 했기 때문이다. "제방이 생기고, 남해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조만강은 강으로서의 운명을 다한 거지." 이 씨는 옛 모습이 사라져버린 조만강의 옛 풍경을 기억했다. "장어며 가물치며 고기가 많이 잡혔어. 그물로 잡은 고기를 떳다리 아래에서 바로 사고 파는 장도 열렸지. 그때는 조만강으로 목선도 다니곤 했는데, 40~50년 전에는 마을 앞에서 '뱃노래' 판이 벌어지기도 했어. 어른 열 두어 명이 탈 수 있었던 목선에서 장구나 꽹과리를 치면서 한판 노는 그 '뱃노래'판은 어린시절 우리들에겐 큰 구경거리였지.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만선을 기원하는 일종의 기원굿 같은 것이었던 같아." 이 씨는 마치 '뱃노래'를 다시 보고 있는 양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다.
 
▲ 마을 앞에 남아있는 공동우물.
용덕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마을을 지키고 있는 이 씨를 바라보면서 이순전(71) 할머니가 "이 사람 없었으면 우리 마을에 길도 없고, 불도 없었을 거야, 살 수도 없었을는지 모르지"라고 회상했다. 이 할머니는 이 씨가 나서서 면직원에게 부탁해 마을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주민들과 힘을 모아 마을길도 조금씩 넓히도록 했던 지난 일을 들려주었다. 이 씨는 "리어카가 겨우 지나가던 길을 몇 해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넓혔는데, 아직도 길이 좁다"고 말했다.
 
용덕마을 우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할머니는 "내가 시집왔을 때 우물이 있었는데, 그게 언제부터 있었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 백년은 훨씬 넘었을 거야. 몇 십 년 전에 또 우물 하나를 파서 이제는 마을 앞에 우물이 두 개야." 우물에서는 아직도 물이 나는데, 식수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용덕마을 주민들은 "마을 앞 도로가 정비되고, 버스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최근 마을 입구에 요양병원 시설이 들어서면서 마을로 들어오는 택시도 더러 있지만, 교통편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볼일 보러 나가려고 택시를 불러도 잘 안들어와요. 어느 자식이 차 몰고 안 오나, 동생이 차 몰고 한번 안 들어오나, 할머니들이 목을 빼고 계셔요. 마을 앞 도로도 빨리 정비되고, 버스가 마을 입구까지만 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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