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대형마트 및 SSM 입점 저지 중소상인 살리기 김해대책위원회'가 김해시 장유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율하점 앞에서 대형 슈퍼마켓 입점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홈플러스 물러가라!"
 
꽃샘 추위가 찾아든 지난 3일 김해시 장유면 율하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앞. '대형마트 및 SSM 입점 저지 중소상인 살리기 김해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형 슈퍼마켓 입점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들 뒤로는 지난 2월 입점 예정이었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율하점이 보였다. 이 곳은 지난 2월 23일 경상남도로부터 사업일시정지권고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일 뿐이었다. 그날 밤, 홈플러스는 내부에 집기 반입을 시도하다 상인들과 마찰을 빚었다. 그때부터 장유지역 상인 40여 명이 돌아가며 24시간 보초를 서고 있다. 근처에 마련된 컨테이너 박스에서 상인들은 임무교대할 다음 사람을 기다린다.
 
지난 3일 현장에 모인 상인들의 얼굴에선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여기가 무너지면 다른 곳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할인마트를 운영한다는 한 상인은 "율하 중소상인들은 지난 2009년부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장사를 해왔다"며 "이제 좀 살만해지니까 마트가 들어서 상인들의 목을 조르려고 한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외동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이재경(53) 씨도 "이 곳을 막지 못하면 앞으로 2~3개가 계속 더 들어올지 모른다"며 "미래의 생활 터전을 위해 다같이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1년7개월 전에도 김해 외동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을 추진하다 실패한 적이 있다.
 
대형마트보다 더 무섭다는 슈퍼슈퍼마켓(SSM)이 김해에 몰려들고 있다. 대형마트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대기업들은 이제 골목 상권까지 노리고 SSM을 열기 시작했다. 현재 김해에는 홈플러스 김해점과 동김해점, 롯데마트 장유점, 대형농협하나로마트 4개점 등 총 7개의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비롯한 롯데슈퍼, GS 슈퍼 등 SSM은 14개를 넘어섰다.
 
밀려오는 SSM 때문에 골목 상권에서 먹고사는 구멍가게 사람들은 숨이 막힌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대기업은 '기업 이미지'만 걱정한다. 최근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는 회사 간판을 '홈플러스'로 바꿔 달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삼성테스코가 최근 기업형슈퍼마켓 출점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면서 '삼성'이란 단어가 언급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낀 삼성물산이 한 발 빼려는 게 아니냐하는 소문이 흘러나온다.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할 법안은 있다지만 상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11월 통과된 유통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의 반경 500m 이내에는 기업형슈퍼 신규 출점을 제한하지만, 그 범위 밖에서는 신고만 하면 언제든 영업이 가능하다. 최소한의 조건만 갖춰 놓은 셈이다. 민주노동당 이천기 도의원은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전에 기존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을 점검한 뒤 입점을 결정하는 허가제로 체제가 바뀌어야 중소상인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SSM 공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경남도에서 조정 권고를 받은 게 얼마 전이라 아직 본사에서도 결정난 게 없다"고 말했다. 입점을 포기한 게 아니란 뜻이다. 또 익스프레스 율하점 맞은 편에는 '드림마트'가 곧 들어설 예정이지만 일부에서는 이 곳이 사실 '롯데마트' 부지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언제 어디에 들어설지 모르는 대형 슈퍼마켓 때문에 '진짜 구멍가게 주인'들은 늘 불안에 떨어야 하는 실정이다.
 
SSM 저지 김해대책위원회 김성준 사무국장은 "생존권을 위협받는 상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언제 문을 열지 모르는 마트 앞을 24시간 지키고 있는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와 SSM 입점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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