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처음으로 김해시에 도입된 '폐사 가축 처리기'(사진)가 시범 운영 이틀만에 철수됐다. 도입 당시 폐사 가축 매몰로 인한 2차 오염을 막을 수 있는 친환경적 장비로 기대를 모았지만 일일 처리 용량이 적어 실효성이 낮았다는 평가다.
 
경남도는 한 번에 소 3마리, 돼지 20마리, 닭 1천 마리를 처리할 수 있는 2t 규모의 폐사가축 처리기 1대를 지난달 28일 시범 도입해 김해시 한림면 내 구제역 발생 양돈농가에 투입했다. 폐사 가축 처리기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으로 폐사한 가축을 현장에서 고온고압 스팀 방식으로 완전 멸균 처리한 뒤 퇴비로 만들 수 있어, 매몰로 인한 침출수 유출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김해지역 축산농가들에 따르면 이 장비는 시범운행 이틀만인 지난 2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양산시로 철수해 버렸다. 이 장비가 구제역 발생농가에서 2일간 처리한 돼지는 고작 22마리. 하루 처리량이 돼지 기준으로 최대 140마리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에 턱없이 부족했다.
 
실제로 이 장비는 4기압 상태에서 250℃의 증기로 폐사 가축을 4시간 동안 가열해 완전멸균한 다음 기름성분을 짜내는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교반기를 통해 톱밥 등을 섞어 퇴비화하는 과정을 거치면 모두 6~7시간이나 소요된다. 이 때문에 최소 수 백마리에서 수 천마리까지 빠른 시간내에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구제역 발생농가에서는 소용이 없었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4.5t 차량에 실린 장비 무게만 5t으로, 모두 10t 가량이나 되는 거대한 장비가 소규모 축산농가를 드나들기도 쉽지 않았다. 장비를 가동하는 인력도 2인 1조가 필요하다.
 
구제역이 발생해 이 장비를 사용한 한 농민은 "한꺼번에 많은 돼지를 빠른 시간에 처리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처리량도 적어 솔직히 낙제점"이라고 평가했다. 김해시 관계자도 "가축매몰로 인한 침출수 발생 등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시범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계 덩치가 너무 크고 기동성도 떨어져 축산농가들의 반응은 신통찮다"고 말했다.
 
이 장비는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이 기술개발하고 민간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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