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생활경제연구소 송윤한 소장이 오리요리 음식점 이끼나무에서 오리고기의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
골수성 백혈병 진단 후 민간요법 병행
고향집에서 오리 요리 자주 해먹고 회복
항암작용 등 약성 좋은 식재료 덕 톡톡히

육질 부드러운 한방오리백숙 진맛
3년 묵은 발효음식 밑반찬도 입맛 자극
겨울엔 직접 기른 염소로 요리해 팔기도

 


진례 산본리 용전마을은 용지봉에서 발원한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과 숲이 있고, 300년이 훌쩍 넘은 당산나무가 3그루나 있는 아름다운 자연마을이다. 용지봉은 '용이 승천한 산'이란 뜻으로, 중턱에 있는 용지폭포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김해생활경제연구소 송윤한(48·율하동) 소장을 따라 용전마을로 들어가니 커다란 당산나무 옆에 소박한 건물이 하나 서 있다. '이끼나무집.' 오리와 닭을 요리해서 파는 식당이다.
 
송 소장은 어릴 때부터 오리로 만든 음식을 자주 먹었는데, 20대 중반에는 병을 치료하느라 더 자주 오리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는 오리 요리가 김해의 대표 음식이 되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해는 오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적 관련성이 있습니다. 오리모양의 토기가 다량으로 출토됐다는 건 당시 오리가 주요 음식이었다는 뜻이죠. 야생오리는 시베리아에서 날아온다는데 우리 민족도 대륙에 기원을 두고 있잖아요. 대륙을 향한 회귀성과 더불어 농경을 오래 한 우리 민족은 하늘을 숭배했어요. 오래 전부터 농사를 지어온 김해에서도 오리를 신성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송 소장은 오리의 역사성을 따져서 상품화하면 충분히 김해의 대표 음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도 하면 탄두리 치킨, 중국 하면 베이징덕을 떠올린다. 김해도 오리를 떠올릴 수 있도록 브랜드화 해야 한다"며 "오리 요리는 건강에 좋고 요리법이 다양해 상품성이 있다. 오리는 약성이 있는 좋은 식재료이기도 하다. 특히 유황오리는 항암작용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20여 년 전에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진례면 돈담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송 소장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잡아 온 오리 요리를 즐겨 먹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부친이 작고하기 전에 부친의 건강이 나빠졌을 때 이 집을 알게 됐다. 진례에는 오리 요리를 하는 곳이 많지만 여기가 조용하고 음식이 특히 정갈했다"며 "부친이 작고하고 나서도 서너 번 더 왔다. 음식을 잘하는 데다 손님 모시기에 적당해 친구들 모임도 여기서 한다"고 전했다.
 
송 소장에 따르면 그의 집안은 그 시절 으레 그랬듯 농사를 지어 근근이 살아가는 정도였다. 그의 아버지는 3남 3녀 중 2남이었는데 작은아버지가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다. 송 전 시장은 같은 집에서 함께 살다가 출가해서 나갔고 송 소장의 부모도 부산으로 직장을 구하러 갔다. 그래서 송 소장은 십대 시절을 부산에서 보냈는데, 당감동에서 시작해 거제동, 전포동, 대연동 등으로 자주 이사를 다녔다.
 

송 소장은 몸이 아팠던 20대 중반에는 고향 집에서 오리 요리를 자주 먹었다. 대학 4학년 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회계법인에서 일했는데 고열과 설사를 되풀이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서울 노량진병원에 갔더니 더 큰 병원에 가라고 해서 모교인 서울대병원에 가봤다고 했다. 그는 "레지던트였던 친구가 장티푸스 같다고 했는데 증상이 갈수록 심해졌다. 알고 보니 골수성 백혈병이었다. 하늘이 노랬다"고 말했다.
 
송 소장은 부산으로 직장을 옮겼고, 병원에 다니는 한편으로 집에서 죽염을 먹고 쑥뜸을 뜨는 민간요법을 병행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지인의 소개로 만난 아내가 여섯 달 살고 죽어도 좋으니 결혼하겠다고 해서 힘을 냈다. 물론 양쪽 집에서는 절대 반대였다"며 "치료를 하면서 고향 집에 들러 오리 요리를 자주 먹었는데, 병이 낫고 나서는 오리 요리에 더 애착이 갔다"고 오리와의 인연을 얘기했다.
 
이끼나무집은 이정림(46·여·진례면) 대표가 9년 전에 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오리와 닭을 직접 기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요리를 선택했는데 시행착오가 많았다. 오리 요리 잘한다는 곳들을 다녀보기도 했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먹여가며 연구를 거듭했다. 지금은 입소문이 나 단골이 꽤 있다"며 "닭은 직접 기르는데 오리는 털 벗기기가 어려워서 받아서 쓴다. 대신 그날 쓸 양만 받고 다 팔리면 닭만 판다"고 말했다.
 
이끼나무집의 대표 요리인 한방오리백숙을 주문했다. 푹 삶겨진 오리는 육질이 부드러웠고, 각종 밑반찬은 오래 묵힌 덕에 깊은 맛이 났다.
 
재료는 대부분 이 대표가 직접 농사를 짓거나 마을 사람들에게서 받은 것들이다. 일단 김치부터 직접 농사지어서 담그고 달걀도 직접 기른 닭에서 수확한다. 깻잎, 장아찌 같은 발효음식이 반찬으로 나오는데, 3년씩 묵혀서 내놓는다고 한다. 후식으로 나오는 산딸기 역시 밭에서 따서 얼려놨다가 쓴다. 사정이 이러니 준비할 게 많아서 이 대표는 매일 오전 7시부터 그날의 요리들을 준비한다. 그는 "주 요리에는 한방 약재를 쓰고 옻은 참옻만 쓰기 때문에 약이라 생각하고 먹으면 된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도 오리고기를 싸서 먹으면 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끼나무집은 염소 요리도 하는데, 겨울에 가장 맛이 있다는 이유로 겨울에만 판다. 염소는 직접 기른다. 이 대표는 "휴일도 없이 일을 한다. 주말에 쉴 수는 없고 평일에 쉬어야 하는데 계속 전화가 와 평일에도 일을 안 할 수가 없다"며 웃었다. 


▶이끼나무집/진례면 산본리 1065 용전마을 입구에 있다. 오골계 5만 원, 한방백숙, 옻닭, 옻 오리, 한방오리백숙, 오리불고기는 4만 원이다. 가야문화예술회관을 지나 용전 숲을 통과해 50미터 정도 가면 나오는데 처음 가는 사람은 찾기 어려우므로 미리 전화해 설명을 들으면 좋다. 1시간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는데, 고기를 삶는 시간만 45분 걸린다.  055-346-5191. 오전 11시~오후 9시. 명절이 있는 주에 한 주씩 일 년에 2주 만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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