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엔 부하들을 지키려 몸을 던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었고, 상관을 지키다 처참히 사살된 고 김오랑 중령이 있었다. 김 중령은 1979년 12월 12일 일부 군인들이 대통령의 승인도 없이 자기 상관을 연행하는 쿠데타 과정에서 다른 군인 2명과 함께 순직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영문 모를 변을 당한 사병들의 가족은 현충원에서 볼 수 없다. "피하라"는 주위의 애타는 설득에도 특전사령관을 지키다 순직한 김 중령의 미망인은 충격으로 눈이 먼 후 의문사를 당해 화장터에서 산골이 됐다. 장조카는 고향 활천동의 작은 컨테이너에 기거하며 포장마차로 연명하고 있다.
 
사과하는 방법을 모르는 대통령, 부정을 감싸는 국회의원들, 양심을 버린 관료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김맹곤 김해시장의 불통에 지친 2013년에도 정의의 결실은 있었다. 지난 4월 민홍철(김해갑) 국회의원이 발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김오랑 훈장 수여 및 추모비 건립 건의안' 등이 그것이다.
 
김해에 그의 추모비를 건립하자고 지역유지들을 만나 설득하면서 "이승만의 동상도 없는 김해에 그게 왜 필요하냐"는 말을 들었고, "김해를 위해 한 게 없는 사람을 왜 추모하느냐"는 말도 들었다. 일부 '노사모'에게서는 "노무현이 위대한가 김오랑이 위대한가"에 대한 추궁도 받았고, "유신을 지킨 군인 따위를 왜 추모하느냐"는 말도 들었다.
 
지난 34년간 한쪽은 '새로운 권력에 조아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한쪽은 그 흔한 '투사'가 아니라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를 달아 자기분수를 지킨 참군인을 폄하했지만 추모비는 세워질 것이다. 고향에 추모비가 세워지는 날, 억수같은 비가 내려서 그 모든 억측과 시비를 다 씻어 버렸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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