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치적 내세워온 '11도' 내팽개치고
공장 건축 '21도까지 허용' 입법예고
12월초 시의회 상정 … 일각 "이유 뻔해"


김해시가 김맹곤 시장이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워 온 '경사도 강화 조례'를 완화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용'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해시는 2010년 12월 이른바 '경사도 조례'라 불리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했다. 김맹곤 시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마련된 이 개정안의 핵심은 공장입지 경사도를 25도 이하에서 11도 미만으로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공장의 입지 조건을 강화함으로써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였다.
 

▲ 2011년 말 가야CC 인근의 산이 공장 건설 때문에 파헤쳐진 모습. 김해시가 경사도 조례를 완화할 예정이어서 김해는 다시 난개발로 만신창이가 될 우려가 높다. 김해뉴스 DB

이 조례 개정 작업은 당시 지역 경제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지만, 일반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는 커다란 환영을 받았다. 이후 김 시장은 각종 행사 때마다 "난개발 방지와 친환경·친기업 정책이 가시적 성과로 연결되어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로부터 세계적 대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런데, 김해시는 지난 5일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 조례 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 조례 안은 '경사도 11도가 넘는 땅에 공장을 짓지 못하게 했던 것을 고쳐 21도까지 건축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과거의 25도보다는 4도 낮지만, 실질적으로는 원위치에 가깝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새 조례 안은 다음 달까지 시 규제개혁위원회와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친 다음 오는 12월 초 시의회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시는 이에 대해 "기존 경사도 조례의 규제수준이 너무 높아 개정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김해지역에는 경사도 11도 이하의 땅이 별로 없는데다, 11도가 넘는 땅에 있던 사업체는 공장 증축이 어려워 재산권을 침해받는 사례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경사도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산의 일부만 깎아내고 나머지 부분을 그대로 남겨두는 바람에 오히려 경관이 망가지고 재해 위험이 커진 사례가 속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시가 2010년 조례를 고치면서 "새 조례를 적용해도 개발할 땅은 충분히 있다"고 한 주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지역 경제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응도 냉랭하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조례가 개정되기 전부터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했는데 김 시장이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김해 발전의 동력이 꺾여버렸다"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해상공회의소 배정한 통상산업부장은 "조례 개정 당시 김해지역의 개발 가능 부지를 죄다 묶어버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고 전했다. 김해상의는 경사도 조례 개정 작업이 가 추진될 때부터 지역 상공인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반대 의사를 드러내 왔다.
 
한 중견기업인은 "과거 김해상의와 기업인들이 수차례 재개정을 건의했지만, 김 시장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면서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시장 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 재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뻔한 게 아니겠느냐"고 힐난했다.
 
환경소공동체 '숲정이'의 양은희 대표는 "김 시장은 김해의 미래를 위해 난개발 방지조례를 만든 게 아니었다. 그는 원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쪽에 있었는데, 차별화를 위해 정치적 몸짓만 취했을 뿐이었다. 실제로는 난개발 방지보다 각종 개발에 관심이 더 있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 관계자는 "여러 부서의 의견을 조율한 뒤 어떻게 할지를 결정했다. 부분적인 개발로 인한 난개발 때문에 조례를 개정하려는 것이다"면서 "김 시장이 내년 시장선거를 의식해 입장을 바꿨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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