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유중앙시장번영회 지진태 회장이 장터국수에서 국수가게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이 서지 않는 날인데도 가게 앞에 늘어선 손님들
정성껏 2시간 이상 우려낸 육수와 소박한 고명
고춧가루와 새우젓만으로 맛낸 시원 깎두기
착한 가격 3000원에 배부르고 맘 부르고


장유중앙시장번영회 지진태(59) 회장은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35세 때 손수레를 끌며 감자와 고구마를 팔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김해, 장유, 진영, 양산 등지의 시장을 전전하며 장사를 해왔던 그다. 지금은 장유중앙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지 회장의 지난 삶은 고단했다. 매일 오전 2시에 눈을 뜨면 부산 감전동 도매시장으로 가 감자와 고구마 등을 구입했고, 이를 다음날 오후 11시까지 소매로 팔았다. 서상동 왕릉공원 인근 시장에서 장사를 했을 때는 하루에 감자를 100상자 이상 팔기도 했다.
 
매일 그렇게 악바리 같이 일하며 무거운 박스를 옮긴 탓에 팔꿈치 관절이 닳아 몇 년 전에는 수술을 해야만 했다. 그의 고단한 삶을 반영하듯 양쪽 팔꿈치에는 수술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지 회장은 "아직도 감자 상자 들고 일하는 건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며 웃는다. 시장번영회 회장을 맡아 일하면서 장유중앙시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했고, 이제는 상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면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그다.
지 회장과 함께 그가 점심시간에 자주 들른다는 '장터칼국수'로 갔다. 그와 점심식사를 함께 한 지난 12일은 장유중앙시장 5일장이 서지 않는 날이어서 시장 안은 한산하기만 했다. 하지만 시장 한 쪽에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곳의 소문난 맛집인 장터칼국수에서 국수를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식당의 테이블은 7개가 전부다. 점심 때면 시장 안으로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일찍 가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맛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10분을 기다린 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칼국수를 주문했다. 연이어 들어오는 손님들 탓에 말을 걸기가 미안할 정도로 주방 안은 정신없이 분주했다. 맛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장터칼국수 주인장 여한빈(46), 정혜란(45) 씨 부부는 "신선하고 정직한 재료를 쓰는 것 외에는 특별한 맛의 비법이 없다"며 수줍은 듯 웃었다. 아내 정 씨가 칼국수 반죽을 썰어 칼국수를 만들면, 남편 여 씨는 주문 받은 김밥을 썰어 손님상에 내놓는다. 이곳의 메뉴는 칼국수, 비빔칼국수, 수제비, 만두 칼국수, 김밥, 냄비우동 등 모두 6종류가 있지만 이 중 칼국수가 가장 인기 메뉴다.
 
2년 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여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전에 있던 칼국수가게를 인수받아 장사를 시작했다. 가정주부였던 아내 정 씨 역시 남편을 도와 함께 칼국수가게를 꾸려갔다. 칼국수는 육수 맛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 양파, 멸치, 다시마, 새우, 버섯 등을 넣고 매일 2시간 이상 육수를 우려낸다.
 

▲ 장터국수의 대표 메뉴인 칼국수는 3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맛까지 더해져 장유중앙시장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지 회장은 "이 집은 사연이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2007년에만 해도 여기는 민물고기를 팔던 음식점이었다. 민물고기 가게가 문을 닫고 국수가게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지 회장은 가게 주인을 양산의 유명한 칼국수가게로 데려갔다. 가게 주인에게 칼국수 맛을 보여주고 이렇게 만들어 보라고 권했다. 그는 "가게 주인은 몇 번의 시도 끝에 자신만의 칼국수 맛을 개발했다. 이후 점차 칼국수 가게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여 씨 부부는 2010년 가게를 인수한 뒤 자신들만의 비법을 앞세워 장유중앙시장의 소문난 맛집으로 뿌리를 내렸다.
 
호박, 감자, 당근, 부추, 김, 계란 등 소박한 고명이 올라갔지만 칼국수의 맛만은 소박하지 않았다. 국물 맛이 특별히 시원하고 깔끔했다. 지 회장이 깍두기와 면을 곁들여 먹어보라고 권했다. 아삭하게 씹히는 깍두기는 알맞게 익어서 뒷맛이 시원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깍두기를 한 접시 더 달라고 한다. 다른 양념 없이 새우젓과 고춧가루만 넣고 담는다는 깍두기 맛은 사시사철 변함이 없다. 깍두기가 떨어질 때쯤 되면 정 씨가 직접 시장에서 공수해온 신선한 재료로 깍두기를 다시 담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든든해졌다. 지 회장은 "3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돈 없는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게 칼국수이다. 장터칼국수의 진한 육수만큼 장유중앙시장도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배어나는 시장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장터칼국수/장유 무계동 장유중앙시장 안에 위치해 있다. 5일장이 서지 않는 일요일에만 쉰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8시에 닫는다. 칼국수, 냄비우동은 3천 원, 비빔칼국수와 수제비는 3천 500원이다. 김밥은 두 줄에 2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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