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매스껍고 신물이 넘어오고 식욕이 불규칙해져서 배가 고프지 않다가도 갑자기 고프기 시작한데요. 많이 먹는 것은 아닌데, 먹는 것에 비해 훨씬 살이 많이 찌고 있어요.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 거죠?"
 
"담음(痰飮) 때문입니다. 담음이라는 독소가 명치 끝과 경락을 막고 있어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담음이요? 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위는 이상이 없다고 하던데요. 엑스레이 검사로도 이상이 없고요. 혈관도 깨끗하데요."
 
진료실 안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대화이다. 엄마 손에 이끌려 오는 초등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의 소화기계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꼬맹이들의 식욕부진은 담음(痰飮) 때문이라고 꼭 설명을 한다.
 
담음은 임상에서 환자를 보는 한의사들의 경우 흔히 접하는 개념이지만, 실제로 환자에게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현대의학에는 없는 개념이고, 환자들에게는 생소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 하여, 10가지 병 가운데 9가지는 담음병이라 하여 중요한 병리적인 원인으로 보았다.
 
담음은 쉽게 설명하자면, 자동차의 그을음과 같은 개념이다. 휘발유가 연소돼 자동차를 움직이는데 엔진의 노화, 기계장치의 고장, 불량 휘발유의 사용, 연소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으면 시커먼 그을음이 섞인 배기가스가 나오게 된다. 이런 그을음이 엔진이나 배기관에 끼어 자동차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이런 담음이 꼬맹이들의 몸에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스턴트 음식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인스턴트 음식 속의 흰설탕 과다섭취 때문이다. 과일, 채소 등 자연식품에 들어 있는 천연당분을 섭취하면 서서히 흡수돼 완전연소 후 에너지로 사용된다. 하지만 사탕수수를 원료로 해서 생산된 인공당분, 즉 흰설탕은 섭취하는 즉시 빠르게 흡수돼 문제를 일으킨다. 설탕 섭취 이후 치솟은 혈당이 과다 분비된 인슐리의 연소작용으로 갑자기 떨어지면 일시적인 저혈당이 되고, 이 과정에서 더욱 설탕을 찾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 만성화되면 당뇨가 된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의 경우 인스턴트 음식의 단맛 때문에 밥을 싫어하는 것이며, 또한 인공당분의 섭취로 완전연소되지 못한 당분이 그을음과 같은 담음으로 체내에 누적되는 것이다.
 
따라서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해야 한다. 식욕부진의 경우 한약치료 이전에 무조건 선행돼야 하는 것이 인스턴트 음식을 끊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아랫배가 차게 되면 위장에서 음식을 충분히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역시 담음이 생긴다. 아궁이의 불을 때주지 않으면 밥이 설익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스턴트 음식을 흔히 '패스트푸드'라고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를 가두어 놓는 온갖 것들을 느긋한 마음으로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며 하품할 수 있는 지혜'가 식생활 전반에 필요한 때이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