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7시, 김해한옥체험관 누각에서 모임 '벨라'의 첫 시낭송회가 열렸다.
 
'벨라'는 원래 들꽃을 좋아하는 이들이 만든 모임이지만, 최근에는 독서토론과 시낭송회, 에세이연구회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이날 낭송회에 참석한 회원은 총 11명. 전원이 30대 이상의 기혼 여성이었다. 활동분야도 학원 운영, 동화구연가, 다문화 활동가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은 난생 처음 접해보는 '시낭송'에 기대가 큰 듯, 설렘과 긴장감이 조금씩 섞인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신혜경(51) 씨는 "제 별명이 '각시붓꽃'인데, 시낭송을 하다 보
▲ 시낭송가 김미정 씨가 본격적인 모임에 앞서 벨라 회원들에게 시낭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면 각시처럼 아름답게 늙어갈 것 같다"며 "이 자리에 참석해 보니 시낭송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요동치는 것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명자(49) 씨도 "다문화쪽 일을 하고 있어서 (시낭송이) 내공을 쌓는 데도 좋을 것 같고, 시낭송 자체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들뜬다"고 말했다.

수필가이자 현재 벨라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경용(72) 회장은 "낭송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시낭송 하는 사람들은 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아티스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시낭송회의 첫출발을 축하했다.

시낭송회 지도는 시낭송가 김미정(48) 씨가 맡았다. 김 씨가 모임 들머리에 한용운의 '해당화'를 낭송하자, 회원들은 "직접 낭송을 들으니 더 설렌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김 씨는 "다른 사람의 낭송을 무조건 따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버릇이 들면 고치기 힘들다"며 "참고는 하되, 자신의 음색에 맞는 낭송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감정이입이 빠르고 쉬운 서정시가 낭송하기 쉽다"며 낭송시를 고르는 방법을 밝혔다.

낭송회 첫시간인 이날은 이해인 수녀의 '황홀한 고백'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다른 이들 앞에서 감정을 실어 시를 읽는 것이 쑥쓰러운지, 회원들은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고 쭈뼛거렸다.

"'도미솔' 음에 맞춰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들어보세요. 제목은 '미'로, 작가 이름은 '도'에 맞춰 음을 내리지말고 끝까지 쭉 읽어야 합니다."

▲ 벨라 시낭송회의 한 회원이 이날 낭송시로 채택된 이해인 수녀의 '황홀한 고백'을 수첩에 써둔 것.
김미정 씨의 설명이 있은 후, 회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황홀한 고백'의 1연을 낭송했다. "음치라서 시낭송도 잘 못할 것 같은데요"하고 뜸을 들이던 이도, "제목을 어떤 음에 맞추라고 했지요?"하고 자신없어 하던 이도 낭송 후 다른 회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김 씨는 "아직은 '정말 멋지게 낭송하셨다'고 칭찬하기는 이르지만, 곧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이들을 격려했다.

앞으로 이들은 6개월 동안 시낭송 모임을 갖게 된다. 효과적인 시낭송법, 낭송을 위한 발음과 발성, 시 표현방법 설정 등 시낭송에 관한 모든 것들을 전반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모임은 매월 첫째주와 셋째주 수요일 오후 7시에 열리며, 꼭 벨라 회원이 아니더라도 시낭송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낭송회를 기획한 김경희(54) 사무국장은 "지난해 12월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시낭송을 해 보니 반응이 너무 좋아 이런 모임을 기획하게 됐다"며 "모임을 통해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시를 즐기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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