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서점'의 낡은외관에서 지나간 세월이 느껴진다.
손때 켜켜이 묻은 좋은 책 많아도
요즘 사람들 거들떠도 보려 하지 않아
공간이 작고 좁아도 곳곳에 '보물'

부산 보수동처럼 '헌책방 골목'까지는 아니지만, 김해에도 '헌책방'이 있다.
 
대성동 김해여고 근처에 자리한 '부산서점'은 37년 역사를 자랑하는 김해 유일의 헌책방이다. 각종 참고서와 사전, 단행본에서 피아노교본까지 없는 책이 없다. 서점 벽면을 가득 채운 책은 몇 권인지 세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다.
 

▲ 책방안을 빼곡히 채운 헌책들이 진한 책냄새를 느끼게 한다. 이름 모를 이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헌책.
정영근(65) 씨와 함께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명자(63) 씨는 "학교가 근처에 있어 5년 전까지만 해도 참고서와 교과서가 주로 나갔지만, 요즘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 사이 교과서가 개정됐기 때문이다. 대신 건강 관련 서적들을 많이 찾는다. 신 씨는 "동의보감이나 약초한방 등의 책들은 가져다 놓으면 바로 사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부산서점은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 주로 책을 가져오는데, 가격은 원가의 40%에서 60% 정도다. 보통 일반소설책은 권당 1천500원에서 7천원, 동화책은 1천원, 만화책은 500원에서 1천원에 판매한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고루 즐겨읽는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경우는 권당 2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헌책방이라고 해서 아주 오래된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지난 2005년에 출간된 박민규의 단편소설집 <카스테라>처럼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도 눈에 띈다. 이런 책도 5천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이 외에 인터넷 로맨스소설, 무협지, 공무원수험서와 컴퓨터 관련 자격증 수험서 등도 빠짐없이 구비돼 있다.
 
신 씨는 "헌책방에 오면 좋은 책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도, 요즘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부산서점에서 지난 1994년에 출간된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포함해 총 5권을 사고 지불한 금액은 7천원으로, 새책 한 권 가격보다도 훨씬 저렴했다.
 
▲ '부산서점'을 운영하는 신명자 씨가 헌책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 화제가 되면서 김해를 비롯한 인근 도시에서도 헌책을 구입하기 위해 부산까지 나가는 이들이 늘어났다. 물론, 다양한 헌책방이 모여있는 보수동 골목은 그 자체로도 볼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헌책방을 구경하기 위한 것이 아닌, 많은 이들의 손때가 켜켜이 쌓인 '좋은 헌책'을 구입하기 위해서라면 김해에서도 충분할 듯하다.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작은 헌책방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는 재미는 어디에도 비할 바 없이 쏠쏠하다.

사진촬영 = 박정훈 객원사진기자 pungly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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