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보성 녹차에서 배운다

전남 보성군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 가면 차에 대한 질문을 꼭 받는다고 한다. 그만큼 보성 녹차가 유명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보성을 '녹차 수도'라고 부를 만큼 자부심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보성이 차 도시가 된 것은 토질이 차가 자라기에 적당한 덕분이다. 차는 본래 따뜻하고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다. 보성은 오래된 구릉지에 바닷물이 들어와 해안선이 복잡해진 전남 남해안에 위치한다.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데다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접점을 이룬다. 평균기온 13.4도, 평균강수량 1천400㎜이어서 차의 생육에 적합하다.
 
보성에서 차를 재배한 역사는 꽤 오래된 편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차를 생산하는 지역을 '다소'라고 했는데, 이는 신라 때 설치한 향, 소, 부곡에서 유래했다. 당시 전국에 16개 다소가 있었는데 전남에 13개가 있었다. 이 중 웅점다소와 갈평다소가 보성에 있었다고 전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사람들이 좋은 차 재배지를 찾다가 보성 봉산리에 대규모 생산기반을 세웠다.
 

▲ 보성에서 지난해에 생산된 차는 총 1225t. 전국 생산량의 34%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연간 경제효과 5천억 원
보성은 전국 차 재배면적의 34%, 생산량의 34%를 차지해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보성에서 생산된 차는 1천225t이었다. 재배면적이 넓다보니 보성에는 차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성에 등록된 차 가공업체는 97개였다. 보성차생산자조합, 영농조합법인 보성녹차연합회, 유기농보성녹차생산자연합회에 회원 639명이 가입해 있다. 군청에 '녹차산업과'가 독립부서로 설치돼 있는데다,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녹차연구기관도 있어 녹차 수도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보성 녹차는 관광면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푸른 융단을 펼친 듯한 광활한 차밭은 각종 광고와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보성은 차 문화 관련 유적이 많지는 않지만, 대규모 다원을 중심으로 꾸준히 관광상품을 개발해 연간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든다. 대한다업이 1957년에 세운 대한다원은 495만㎡(150만 평)의 면적을 자랑하는 초대형 차밭이다. 성인기준 입장료는 3천 원이다. 입장료를 받는 데는 다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이곳에 들어가 보면 차나무 580만 그루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녹차 먹인 돼지요리를 먹고, 녹차를 마시는 관광객들로 쉼터는 늘 붐빈다. 보성에는 대한다원 외에도 징광다원, 봇재다원 등 볼 만한 다원이 많다.
 
보성에서 길을 가다보면 차를 주제로 한 펜션, 음식점들이 저마다 정감 있는 모습을 뽐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보성군이 차의 '메카'로 꾸미고 있는 봉산리에서는 97억 원을 들여 2010년에 문을 연 녹차박물관이 볼 만하다. 남쪽 율포해수욕장으로 내려가면 녹차 추출물을 담은 해수탕에서 회포를 풀 수도 있다.
 
1985년부터 매년 5월에 열리고 있는 보성다향제는 국제차문화교류전, 국제차요리페스티벌, 녹차 체험·시연이 펼쳐지는 큰 행사다. 국제차문화교류전에서는 한·중·일 3국의 전통다례 시연이 펼쳐진다. 국제차요리페스티벌에서는 3개국의 차를 이용한 각종 음식 만들기를 통해 각 나라의 차 문화를 비교할 수 있다. 녹차뷰티 미용체험, 대원사 템플스테이, 차밭 버스투어, 차밭 자전거 하이킹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이렇다보니 보성 녹차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순천대 지역농업정보기술지원센터 송경환 연구팀장은 "보성 차의 연간 경제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5천128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녹차 가공식품 산업이 3천344억 원, 관광산업이 1천281억 원, 차 생엽산업이 484억 원이다. 단순한 차 재배보다 가공, 관광 등 방계산업이 큰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 다양한 대책으로 생산량 감소 만회
보성은 명실상부한 녹차산업의 중심지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센 도전에 시달리고 있다. 커피와 여러 가지 기능성 음료가 늘어나는데다가 녹차시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천410t이었던 보성 차 생산량은 2011년에는 891t에 그쳤다. 2007년 1천369가구였던 농가 수는 1천 가구 아래로 떨어졌다. 차 재배 농민 평균연령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보성군은 위기를 돌파하고자 지난해 '차 산업 종합발전계획'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명품차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외국 수출 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고기능 건강식품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차 산업 종사자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문 인재 육성은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보성군은 2006년부터 녹차 산업 특화전공을 공부하는 고등학생·대학생 86명에게 수천 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녹차산업 특화고교인 보성다향고등학교 학생 중 1명을 매년 보성군 공무원으로 특별 임용하고 있다. 또, 목포대학교에 녹차산업을 연구하는 4년제 학위과정을 개설해 보성군민이 진학할 경우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보성군은 녹차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급식지원 사업도 벌이고 있다. 전국 초·중·고에서 참여할 뜻을 밝히면 녹차식품 급식을 위한 전체 예산 3천600만 원 중 3천만 원을 보성군에서 지원해준다. 학생들은 보성에서 생산돼 국제유기인증을 받은 녹차라떼, 캔녹차 등을 마실 수 있다. 또 전통문화거리인 서울 인사동에 보성녹차 명품관을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첫 해 매출은 628만 원에 그쳤지만 홍보가 되면서 매출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보성 녹차 관광자원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작업을 시작했다. 보성군에 있는 문화·관광자원을 연구해 이야기를 만든 뒤 관광객 유치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보성군은 각종 체험장 17곳도 만들었다. 전남관광협회에 체험장 운영을 맡겨 체험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회천면, 득량면 일대에는 생태문화 탐방로를 만들었다. 봉산리 한국차소리문화공원 안에는 식물원을, 웅치면 자연휴양림에는 제암산건강관리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보성군 녹차관광과 신문수 계장은 "보성 차밭은 CNN이 선정한 '꼭 가봐야 할 곳'에 선정됐다. 녹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보성 녹차는 알 정도로 지명도는 올라가 있다"며 "한두 번 찾은 관광객이 세 번, 네 번 계속 다시 가고 싶은 스토리텔링 작업에 중점을 둬서 녹차 산업의 중심지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이 기사 취재 및 보도는 경남도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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