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의 상담 지원 현실

낮은 인권의식과 다문화 몰이해가 원인
체계적이고 보편적인 교육 시스템 필요
시·상의 등 시설 마련 전폭 지원도 시급

'인권의식 부재,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편견.'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남편, 시댁 식구들의 이 같은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는 게 다문화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국민들의 인권의식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김기언 국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교의 교과서에서만 인권을 배운다. 실생활에서는 인권과 문화의 다양성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권에 대한 교육 부족과 이로 인한 인권 의식 부재는 결혼이주여성 등에 대한 편견과 인권침해로 이어진다.
　
한국의 남편이나 시댁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결혼이주여성을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며 무시한다. 결혼이주여성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여성으로 바꾸려고만 한다. 경남이주민문화센터인 라함의 안영 대표는 "시댁 식구들은 결혼이주여성으로 하여금 본국의 식구와 연락을 못하게 차단할 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만 먹으라고 강요하는 일이 잦다. 이주여성의 나라가 가난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무시하면서 가족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다양한 단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유치원생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문화 인식교육을 진행하지만 아직까지는 미흡한 상황이다. 결혼이주여성을 맞이한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인식교육의 경우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참여율도 저조하다.
　
김기언 국장은 "학생들의 다문화 인식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다문화교육의 내용을 좀 더 체계화·보편화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일회성 다문화 축제만 열지 말고, 주민센터와 기업을 통해 다문화 인식교육을 체계적이고도 꾸준하게 진행해 다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 등 인권침해를 피해 집을 뛰쳐나올 경우 갈 곳이 없다. 혼자서 이리저리 방황하다 결국 악몽이 꿈틀거리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이들을 받아들여 상담을 하고 휴식을 제공할 장소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이 1천 명을 넘는 김해에는 이들을 위한 전문상담기관과 쉼터가 전무하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가 부산에, 쉼터인 '늘푸른센터'가 마산에 있지만 김해에는 전혀 없다. 그나마 김해에서는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경남이주민문화센터 라함이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상담기관 역할을 맡고 있다.
　
다문화가정 문제 전문가들은 "김해시와 김해상공회의소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폭력이나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상담을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