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백 장유발전협의회장이 옻오리백숙을 먹으며 "김치와 함께 먹어야 제맛"이라고 나름의 즐기는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
유달리 짙은 갈색의 쌉쌀 달콤한 국물
옻의 효능 가득 품은 쫄깃한 오리고기
직접 기른 배추와 채소로 만든 밑반찬
배가 차올라도 자꾸만 손이 가는 진맛
겨울철 특별식으로 염소고기도 선봬


진례면사무소에서 서남쪽으로 4㎞ 떨어진 곳에 신안리 평지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해발 300m인 이 마을 주위를 불모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마을 앞에는 진례저수지가 고즈넉하게 앉아 있다. 마을의 분위기가 호젓해서 가을에 찾기에는 딱인 그런 곳이다.
 
평지마을은 옻닭·오리백숙마을로서 김해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여 곳의 식당들이 모여 있어 '평지백숙촌'으로도 불린다. 2006년에 문을 열었다는 '해광감나무집'. 햇수로는 7년 됐다는데,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장유발전협의회 박경백(54) 회장과 함께 해광감나무집을 찾았다. 그는 "복잡한 문제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자주 온다. 장유의 동 전환 문제로 고민할 당시에도 수시로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맛있다고 입소문이 난 터라 여름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선선해진 가을에 마음 편히 찾는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과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평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앉은 자리에서 가게 입구를 바라보니 감나무 두 그루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감나무들이 마치 가게를 지키는 듯 보였다. 감나무를 직접 심었느냐고 물었더니, 주인 송묘연(53) 씨가 사연을 풀어놨다.
 
송 씨는 부산에서 살다 7년 전 남편 김이환(62) 씨의 고향인 진례면으로 들어왔다. 그가 처음 이곳에 식당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마당에 있는 감나무 두 그루 때문이었다. 송 씨는 "감나무 덕분에 여름에는 하루 종일 마당에 그늘이 진다. 감나무가 이곳의 수호천사"라고 말했다. 식당의 상징이 된 감나무는 식당이름을 쉽게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한다.
 
송 씨가 잘 삶은 옻 오리백숙과 반찬을 쟁반 가득 담아 나왔다. 열무김치, 갓김치, 배추김치 등은 송 씨와 남편 김 씨가 직접 심은 배추와 채소로 만든 것들이다. 산초가루가 더해진 열무김치는 입맛을 돋우는 구실을 했다. "옻 오리 고기는 김치와 함께 먹어야 제맛"이라며 박 회장이 먹는 비법(?)을 알려줬다.
 

▲ 해광감나무집 옻오리백숙 차림. 밑반찬들은 주인장이 직접 기른 것들이어서 맛이 더한 느낌이다.
고기 한 점을 먹은 뒤 옻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소금 간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쌉쌀한 옻 국물은 싱겁지 않고 달콤했다. 이곳의 옻 국물은 유달리 짙은 갈색을 띠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송 씨가 "강원도에서 가져온 30년 산 옻나무만 넣고 끊인다. 그래서 국물이 진하다"고 설명했다.
 
각종 식재료 즉, 염소·오리·닭·쌀·배추·고춧가루 등은 모두 국내산을 사용한다고 한다.

박 회장은 "겨울에 오면 염소고기를 특별식으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염소고기는 특유의 노린내 탓에 쉽게 즐기기가 힘든 음식이다. "누린내가 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박 회장은 누린내가 전혀 안 난다며 다음에 꼭 먹어보길 권했다. 송 씨는 "염소고기는 겨울철 보양식으로 통한다. 예약 주문을 하면 육회부터 숯불구이, 염소뼈를 고아 만든 곰탕까지 3가지 종류로 20명이 함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염소뼈는 지극 정성으로 고아야 뽀얀 우윳빛 국물을 얻을 수 있다. 색깔을 내기 위해 우유를 타는 곳도 있다지만, 우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뼈를 고아 국물을 낸다"고 덧붙였다.
 
옻 오리 국물에다 푹 찌어낸 찹쌀밥까지 말아 먹었더니 배가 어느새 가득 차올랐다. 그런데도 옻 국물에 자꾸만 손이 갔다. 옻 국물 한 그릇을 마저 비우고 났더니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 버린 기분이었다.
 
"장유발전협의회 회장이 장유의 맛집을 소개해야 하는데, 다른 지역 맛집을 소개했으니 장유지역민들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음에는 장유의 맛있는 집을 소개하겠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박 회장이 껄껄 웃었다.


▶해광감나무집/진례면 신안리 907. 055-342-1019. 오리·닭백숙은 1시간 이상 솥에서 푹 고아야 한다. 미리 주문하면 도착 시간에 맞춰 먹을 수 있다. 오리불고기(800g) 3만 5천 원, 한방오리백숙·옻오리·오리탕·한방닭백숙·옻닭 4만 원, 상황닭백숙 4만 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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