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과 자주 들른다는 강재규 교수가 뒷통구이를 한 점 들어보이며 권하고 있다.
암퇘지 목 뒤쪽 뒤통수 부위 매일 공수
근육 부위 많지만 숙성 잘하면 부드러워
육즙 풍부하고 쫄깃 고소한 고기맛 일품
연한 식감 수육·칼칼한 김치전골 인기
 

불판에 오른 돼지고기의 모양이 심상찮다. 흔히 먹는 삼겹살이나 목살과는 확연히 다르다. 김해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뒷고기도 아니란다. 바로 돼지 목 뒤쪽 뒤통수 부위인 '뒷통고기'다. 돼지 한 마리에서 300~500g만 나온다는 뒷통고기는 본래 뒷고기에 섞여 나오던 돼지의 특수부위였다. 그런데 점차 이 부위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자 김해에서는 몇 년 전부터 뒷통고기만 따로 판매하는 고깃집이 생겨났다.

"혹시 돼지 뒷통고기 먹어보셨나요. 오늘 저녁 뒷통구이에 소주 한 잔 어떻습니까." 인제대학교 강재규(법학과) 교수가 추천한 고깃집, 뒷통구이 전문점인 '추풍령 참숯 뒷통구이'다. 삼방동 영운중학교에서 삼안로 방향의 내리막길을 150m정도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에 식당이 있다. 강 교수의 말에 따르면 1년 6개월 전에 문을 연 이 고깃집은 고기 맛이 독특하다는 입소문이 퍼진 덕분에 인제대 학생을 비롯해 꽤 많은 단골손님을 확보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가깝고 해서 수업을 마치면 학생들과 함께 여기 와서 술잔을 나누곤 합니다. 뒷통고기는 삼겹살보다 더 고소하고 쫄깃해서 소주 안주로 그만이더군요."
 
고기를 불판에 올려놓고 강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더니 가게 주인 이상규 씨가 다가와 직접 고기 집게를 들었다. 고기 굽는 시범을 보이겠다는 것이었다. 삼겹살이나 목살보다 오래 익혀야 하는 뒷통고기는 굽는 방법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구울 때는 되도록 덜 뒤집고 너무 바싹 익히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 부위는 자주 뒤집어가며 바싹 익혀야 맛이 좋아요. 생고기에 하얗게 붙은 건 비계가 아니라 근육인데, 바싹 익혀 먹으면 쫄깃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죠." 이 사장이 뒷통고기의 특징을 설명하며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 뒷통구이 굽는 법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주인장 이상규(오른쪽) 씨와 강재규 교수. 아래 사진처럼 노릇하고 바싹하게 굽는 게 포인트다.
'추풍령 참숯 뒷통구이'는 어방동 도축장에서 암퇘지의 뒷통 부위만을 매일 공수해오고 있다. 뒷통고기는 다른 부위에 비해 질긴 편이지만 냉장 숙성 온도와 시간을 잘 조절하면 육질이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숙성의 정도가 이 집 고기 맛의 비결인 셈이다. "뒷고기를 정말 좋아해서 즐겨 먹었어요. 그러다가 뒷통고기에 대해서 알게 됐죠. 가게를 하기 전에 나름대로 숙성 방법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죠. 손님들이 그러더군요. 다른 가게에 비해 유난히 부드럽고 육즙이 많이 나온다고요. 이제 다 익었습니다. 소금에 살짝 찍어 맛을 보세요."
 
노릇하게 익은 뒷통구이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은은한 참숯향과 함께 바삭한 식감이 먼저 느껴진다. 이내 육즙이 새어나오면서 쫄깃쫄깃한 느낌을 준다. 삼겹살보다 조금 더 쫄깃한데, 막창구이나 돼지껍데기 구이보다는 연한 것이 참 독특하다. 특히 살캉살캉하게 씹히는 뒷통고기의 근육부분은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해진다.
 
강 교수가 소주잔을 내민다.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죠. 소주가 절로 생각난다니까요. 자, 한 잔 합시다."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뒷통고기 3인분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누린내가 없어 물리지도 않는다. "사장님, 여기 고기 3인분만 더 주세요!"
 
'추풍령 참숯 뒷통구이'에서는 뒷통구이 외에도 뒷통수육과 뒷통김치전골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구이보다 연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뒷통수육은 여성손님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밤은 깊어가고 강 교수의 얼굴은 붉게 변했다. 취기가 슬슬 오르는 모양이다. "학생들이나 동료교수들과 노릇하게 익은 뒷통구이 앞에 놓고 술잔을 기울이면 하루 피로가 싹 가셔요. 고기가 익어가듯 술자리의 분위기도 무르익으면 이렇게 마주앉은 사람과 터놓고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에 참 행복해집니다. 자, 우리 건배합시다. 건배!" "건배!"


▶추풍령 참숯 뒷통구이/삼방동 645-6. 055-342-1019. 뒷통구이(130g)·막창(150g) 6천 원, 뒷통수육(한 접시) 2만 5천 원. 뒷통김치전골 1만 5천 원. 뒷통수육은 삶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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