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은 한마디로 '유레카(바로 이거야 라는 뜻)'죠." 거창하다. 일상생활을 조금 편리하게 해 줄 뿐인 핸드폰용 응용프로그램을 두고 고대 철학자 아르키메데스의 깨우침의 순간을 끌어왔다. 스마트 폰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자 박지호(26·인제대정보통신공학) 씨에게 앱은 '유레카'라는 외침이 아깝지 않을 만큼 놀라움 그 자체다. 누군들 상상이나 했을까. 상대방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위성지도상으로 감시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버스의 운행정보를 분 단위로 확인하는 현실을.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장면이 오늘날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다.
모든 것이 스마트 폰과 앱 덕분이다. 말 그대로 유레카다.


우리나라 3대 통신 사업자에 따르면 올해말까지 스마트 폰을 이용하는 인구는 수 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마디로 말해 너도나도 스마트 폰을 이용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 하지만 스마트 폰을 구입하면 마법같은 일상이 저절로 펼쳐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곤란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스마트 폰도 '스마트'하게 사용해야 똑똑한 일상을 살 수 있다.
 
요즘 스마트 폰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앱따'라는 신조어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어플리케이션과 왕따의 합성으로 이뤄진 이 단어는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음에도 응용 프로그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새로운 '정보의 디바이드(계층화)'라고 투덜거리기엔 터치 한 번이면 설치 가능한 '앱'의 이용방법이 너무 간단하다.
 
스마트 폰을 인터넷이 가능한 폰 정도로 생각해 왔던 '앱따'들은 이제 더욱 긴장해야겠다. 사람들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앱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 폰 용 앱 개발자들은 안철수나 스티브 잡스같은 IT천재들이 아니다. 지난해 '악마의 앱'으로까지 불린 위치 추적 앱 '오빠 믿지'의 개발자는 경영학을 전공하던 대학생이었고, 실시간 버스 정보 앱으로 전 세계를 감탄하게 했던 '서울버스' 앱의 개발자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일상 속의 앱 개발자는 김해에도 물론 있다.

지난해 가을 인제대 'Come-On' 동아리 학생들은 '제4회 공개 소프트웨어(SW)개발자 대회'에 출전, 문자를 인식하는 사전 앱(Arview)으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은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스마트 폰 용 앱은 개발하기는 쉬운 반면, 일상에서 사용 가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능가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거운 스마트 폰을 멋으로만 들고 다녔던 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워보자. Come-On동아리 회원들이 김해시민을 위해 앱 개발 노하우를 샅샅이 밝힌다고 한다. '앱따' 탈출을 위한 절호의 찬스다.

인제대 'Come-On' 동아리 앱 개발 노하우
첫째, 아이디어
둘째, 기초적 지식
셋째, 일단 뛰어들기

"중요한 건 아이디어죠. 그렇지만 판매를 원한다면 디자인이 제일 중요해요. 상품 가치를 입혀야 하거든요. 기술력은 사실 제일 덜 중요한 부분입니다."
 
동아리 내에서 프로젝트 팀장을 맡고 있는 정우영(26·인제대 정보통신공학과) 씨는 앱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라고 강조한다. 앱이 생활 편의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지는 가벼운 프로그램인 만큼, 기술력 보다는 일상을 파고들 기발한 아이디어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정 씨는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서는 생활을 하면서 많이 투덜거려 보는 게 좋다고 말한다.
 
"불편함을 많이 느껴야 돼요. 사소한 불편함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많이 사용하는 무선마우스는 간단한 프로그램만 있으면 스마트 폰으로 만들 수 있어요. 핸드폰 안에 블루투스 기능이 다 내장돼 있거든요. 왜 핸드폰엔 무선 마우스 기능이 없을까? 이런 고민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겁니다."
 

실제로 Come-On동아리의 경우에도 아이디어 발굴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지난 오픈소스 대회 참가 당시에도 석 달의 프로그램 개발기간 대부분을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보냈다.
 
정 씨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다음엔 일단 개발에 뛰어들라고 권한다. "사실 저희도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으로 만들면서 의견 충돌도 많았고, 안될 것 같다고 좌절한 적도 많아요. 하지만 일단 도전해 보세요. 일단 만들기 시작하면 정말 너무 재밌거든요."
 
하지만 앱 개발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아무리 기술력이 덜 중요하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질 뿐 완전히 필요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아리 내에서 자타공인 현실주의자로 손꼽히는 박지호(26·정보통신공학과) 씨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는 기초 공부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조건 뛰어들기 보단 일단 java같은 기본 컴퓨터 프로그램용 언어나 알고리즘을 익히는 편이 좋아요. 요즘은 앱 개발이 활성화돼 있어서 굳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책이나 포털사이트에서 정보를 얻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어요. 기간도 2~3달이면 충분합니다. 결국 성의의 문제죠. 기초공부는 결국 앱의 완성도로 이어져요. 재밌어 보여서 뛰어들었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도 태반이거든요." 박 씨는 초보자들을 위해 한빛소프트사가 발간한 '안드로이드프로그래밍 정복'을 추천한다.
 
공희경(24·디자인학과) 씨는 정보통신공학과 학생이 대부분인 동아리 내에서 유일하게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그녀는 앱의 전체 디자인을 기획하고 버튼 등 세세한 부분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공 씨에게 앱은 하나의 커다란 그림판이다. 그는 앞으로 앱 시장이 무한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디자이너인 저는 앱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서로 다른 전공과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다양한 앱을 만들어내는 세상은 아주 편리할 것입니다."
 
프로그램 개발에 문외한이었던 공 씨는 얼마 전 앱 개발 아이디어를 냈다. 그의 '밥같이 먹기' 앱은 근처의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모아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었다. 공 씨는 "나 같이 그림만 그리던 사람도 얼마든지 만들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앱'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망설이지 말고 일단 뛰어들어 보는 것이 앱 개발의 가장 큰 노하우"라고 말한다.
 
앱 개발 열풍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관련 학원도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고, 기업들도 앞다투어 자사의 상품 홍보를 위해 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아이디어가 있고 기초공부를 탄탄히 했다면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일단 뛰어들어보자. 당신이 '마크주커버그(페이스북 개발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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