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의회 이상보 의원이 아구찜을 먹으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다 환하게 웃고 있다.
들깨·땅콩가루 곁들여 고소함 가득
살 통통한 생물 기본재료로 사용해 쫄깃
미리 귀띔하면 매운 맛 조절도 가능
한방 재료 방풍나물 장아찌 달콤짭조름
마요네즈 버무린 순무 샐러드도 상큼


김해시의회 이상보(새누리당) 의원은 시의원들과 공무원들 사이에서 '싸움닭'으로 통한다. 회기 중에는 거침없이 김맹곤 김해시장과 시정을 비판한다. 내용은 하나도 없으면서 허황되게 목소리만 큰 그런 게 아니다. 검찰 수사관 출신답게 연신 송곳 같은 질문을 해대면 시 공무원들은 쩔쩔매기 일쑤다. 자신이 사용한 단어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른다거나, 질문을 한 뒤 담당 공무원이 대답을 하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탄로 날까봐 고개를 숙여버리는 그런 류의 시의원이 아니다.
 
이 의원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한 곳은 그의 성격처럼 화끈한 맛이 일품인 음식, 아구찜을 파는 식당이었다. 내동 소바우공원 바로 앞 '조가네 아구찜.'
 

▲ 내동 '조가네 아구찜'의 대표 음식인 아구찜.
창 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생아구찜 '소(小)'를 시켰다. 이 의원이 종업원에게 "2명이면 '중(中)'을 먹어야 하지 않나"라고 물었더니, '소'로도 충분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평소 맵고 짠 음식을 가급적 피하려 한다는 이 의원은 종업원에게 덜 매운 맛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생림면 출신이다. 한창 봉림산업단지 조성 문제로 시끄러운 봉림리 생림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늘 고향 문제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은사의 권유로 마산 경상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부산대 공대에 들어갔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중퇴를 했다고 한다. 학업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 이 의원은 독학사(獨學士)로 법학 학사학위를 땄다. 독학사는 대학에 가지 않아도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하면 대학 학사학위를 받는 제도다. 지금 그는 인제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아구찜을 기다리는 사이 밑반찬이 차려졌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방풍나물 장아찌였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맛을 되살려주는 듯 했다. 방풍나물은 원래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아 한방에서는 감기와 두통, 발한과 거담에 약으로 쓴다고 한다. 순무 샐러드도 눈에 띄었다. 깍두기처럼 잘라 마요네즈에 버무려 내왔는데, 맛이 상큼했다.
 
주문한 지 20여 분 만에 아구찜이 나왔다. 겉모양은 다른 식당의 아구찜과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그러나 눈에 띄지 않는 부분에서 작지만 큰 차이가 드러났다. 조가네 아구찜에서는 국산 태양초 고추장과 생아구를 쓴다고 했다. 벽에 붙어 있는 차림표 옆에 이런 내용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이 집에서는 또 일반적인 재료 외에 들깨가루와 땅콩가루를 섞어 찜을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고소한 무언가가 씹혔고, 느낌이 좋았다. 생아구라 그런지 살도 부드러웠다.
 
이 의원은 처음에는 부산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1985년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강서구청에서 근무했던 것. 2년 정도 일하던 그는 검찰 사무직 공채시험에 응시했다. 시험과목은 형법, 형사법, 행정법 등. 한 번 만에 보기 좋게 합격했다.
 
부산 서구 부민동 부산지방검찰청이 그의 첫 근무지였다. 이후 수원에서 1년간 근무한 뒤 창원으로 내려와서는 창원, 부산을 오가며 일을 이어갔다.
 
2008년 검찰을 떠난 그는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다 2010년 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내년 지방선거 때는 도의원에 도전할 생각이다.
 
미리 덜 매운 맛으로 주문한 덕분에 아구찜은 약간 알싸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어떤 사람들은 아구찜을 엄청나게 맵게 만들어 눈물·콧물을 흘려가며 먹는다는데, 적당히 매콤하고 달콤한 느낌을 접하고 보니 이 의원의 성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의원이 자신의 입에 딱 맞아 자주 찾는다는 조가네 아구찜. 낮이어서 술을 마시기는 어려웠지만, 저녁에 온다면 시원한 동동주랑 같이 먹으면 안성맞춤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의원에게 이 말을 했더니, 이 의원은 술을 잘 못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누구랑 같이 오지?


▶조가네 아구찜/내동 1085-20. 건영아파트 앞 소바우공원 길 건너편. 055-325-7578, 324-3939. 생아구찜 3만~5만 원. 해물아구찜 3만 5천~5만 7천 원. 생 아구탕 1만 원.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