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 적은 늦가을 ~겨울철 집중 발생
우울 증상과 무기력증 2주 이상 지속
잠 많아지고 탄수화물 과식·체중증가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야외활동
비타민·미네랄 포함 균형잡힌 식사
비타민D 생성 위한 햇볕쪼임 등 도움
광선요법·수면주기 치료로 증상 완화
 


인생을 생각하는 '남자의 계절' 가을. 만산홍엽과 함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정말 가을을 타는 것일까.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도 부르는 계절성 우울증을 단순히 계절 탓으로만 돌려도 괜찮은 걸까.
 

■ 계절성 우울증이 많아지는 시기?
요즘과 같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환절기에는 계절성 우울증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4계절이 뚜렷하고, 계절에 따라 일조량의 변화가 현저한 기후는 우울증의 발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은 주로 햇빛이 적어지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발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가 초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완화된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증상 및 경과가 조금 다르다. 보통 우울증의 경우 우울감, 무가치감, 식욕 저하, 체중 감소, 수면 감소 등의 증상이 일반적이다. 반면 계절성 우울증은 보통 2주 이상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지속되면서 잠이 많이 오고 탄수화물 과식,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장유 누가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한병득 진료과장은 "일조량이 감소하면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증가하는 반면 감정, 성욕과 같은 정서를 관장하는 주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는 감소해 우울증이 발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햇볕을 쬐면 망막을 통해 들어온 빛이 뇌에서 세로토닌 생성을 자극하게 된다. 세로토닌이 합성되기 위해서는 트립토판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트립토판은 식품으로만 섭취할 수 있다. 바나나·완두콩·통밀빵·현미·생강·초콜릿 등 트립토판 함유식품을 많이 먹고 햇볕을 많이 쬔다면 세로토닌의 생성을 늘려 우울증 예방·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햇볕 쪼임과 비타민D
일반적으로 일조량이 줄어들면 햇빛을 통해 피부에서 만들어지는 비타민D의 생성도 줄어들게 된다. 비타민D는 남성 호르몬 생성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조량 감소는 남성 호르몬 분비의 감소로도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남성을 계절성 우울증에 취약해지도록 만드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비타민D는 세로토닌 수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계절성 우울증 치료와 극복에 중요한 요소이다. 지용성인 비타민 D는 D2, D3 두 종류가 있다. D2는 섭취한 음식이 장에서 흡수되고 간에서 대사되면 생성된다. D3는 원래 피부에 비타민D의 전구체인 '프로비타민 D3'로 존재한다. 그러다 자외선에 노출되면 이것이 D3로 전환돼 혈액으로 흡수된 뒤 체내에서 쓰이게 된다.
 
비타민D 수치가 줄어들면 부갑상선 호르몬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우울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여러 연구 결과에서 밝혀졌다. 또한 비타민D가 체내에 충분하면 세로토닌의 생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쳐 우울증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비타민D의 경우 하루 섭취 권장량은 400~800IU다. 일반적인 식사나 야외활동으로도 충분하게 보충할 수 있다. 비타민D는 고등어·꽁치·참치·연어 등의 생선과 우유·달걀(특히 노란자)·버터·말린 표고버섯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식사만으로 비타민D의 생성을 유도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햇빛을 최소 20분 이상 쬐는 게 좋다. 실제 계절성 우울증 치료법 중 '광 치료'의 경우, 일반적인 방 밝기의 20배에 달하는 빛을 1~2m 거리에서 하루 10~15분씩 쬐게 한다. 이후 반응에 따라 시간과 횟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치료를 한다.
 

■ 예방과 치료법
계절성 우울증은 세로토닌과 같은 선천적인 신경전달물질의 생성 장애, 내분비계의 호르몬 불균형, 가족 중의 계절성 우울증 병력, 일조량이 부족한 직업군 및 환경, 만성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증상이다.
 
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조깅, 산책 등 야외활동을 늘리는 것이 좋다. 또한 비타민, 미네랄이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도 계절성 우울증 해소에 효과적이다.
 
치료로는 일정한 기간 동안 매일 2천500lux이상의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요법이나 수면리듬의 변화를 위한 수면주기 치료가 있다. 약물치료의 경우 증상에 따라 항우울제 및 항불안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불안 및 우울증상의 완화를 위한 정신치료도 효과가 있다.
 
한병득 과장은 "계절성 우울증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증상이다. 우울한 기분이 든다 싶으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주위 사람들과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면서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주변 사람들도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정신적인 고립에 빠지지 않도록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누가병원 한병득 진료과장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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