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게음식업중앙회 경남지회 김종만 지회장이 세월이 흘러도 풍전숯불갈비에 단골이 끊이지 않는 비결을 설명하고 있다.
오래된 구도심 골목 허름한 가게이지만
신선한 부경양돈 포크밸리로 맛 승부
두툼한 고기와 멸치액젓 양념장 궁합
최고 품질 소고기 안거미도 인기 품목
뽀글뽀글 구수한 된장찌개로 마무리


부원동 부경양돈농협 맞은편 골목에 풍전숯불갈비가 있다. ㈔휴게음식업중앙회 경남지회 김종만(60·서상동) 지회장의 단골집이다. 협회에 손님이 찾아와 밥을 먹으러 갈 때면 주로 이곳에 들른다고 한다.
 
"좋은 거 하나도 없어요." 왜 풍전숯불갈비를 자주 찾는지를 물었더니 대답이 이랬다. 단골집이라 정이 들었다는 말?
 
30여 년 전, 풍전숯불갈비를 개업한 이인탁(58) 전 대표는 김 지회장의 동네 후배이다. 이 전 대표는 요즘 다른 사업을 하고 있고, 동생인 이미희(52) 대표가 17년 전부터 식당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풍전숯불갈비는 활기가 예전만 못한 구도심 상권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성업 중인 이유는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단골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풍전숯불갈비가 오래 됐다지만, 그래도 역사 면에서는 김 지회장이 운영하는 대성커피숍을 당할 수 없다. 서상동에 있는 대성커피숍은 50여 년 전에 문을 열었다. 지난해 향년 84세로 작고한 고 김두수 씨가 창업자이다. 김 지회장은 부친의 뒤를 이어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는 김해김씨 종친회를 이끌었을 만큼 지역에서 존경받는 어른이었습니다. 저도 다른 일을 하기보다는 가업을 잇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요즘 이가 아파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김 지회장은, 경남지역 휴게음식점들의 대표 역할을 수행하는 일 때문에 머리까지 함께 아프다고 농담을 했다. 그런데, 휴게음식점? 휴게음식점은 음식점 관계자가 아니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낯선 용어다. 휴게음식점은 커피 같은 차를 팔면서 아이스크림, 햄버거, 닭고기, 피자, 국수 같은 밥거리를 함께 취급하는 업태다.
 
휴게음식업협회는 그간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 회원의 주종을 이루던 다방들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협회에 따르면 7년 전만 해도 김해지역에 다방이 200개 있었지만 이제는 50개 아래로 줄었다. 이 중에서 배달이 되는 '전통적인' 의미의 다방은 10곳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 대부분 면 지역에 위치해 있고 구도심에는 2곳뿐이다. 반면, 새로 생겨나는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들은 협회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다.
 
어쨌든 풍전숯불갈비와 대성커피숍은 구도심의 마지막 상징처럼 되어 있다.
 
풍전숯불갈비는 바깥에서 보면 그리 특별한 게 없다. 안으로 들어가도 일부러 꾸미거나 멋 부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변 관공서나 기업체에서 가장 자주 들르는 곳이다.
 
김 지회장은 "가장 좋은 고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게 풍전숯불갈비의 강점"이라고 했다. 풍전숯불갈비는 부경양돈농협과 오래 거래하면서 항상 좋은 상태의 고기를 받는다. 부경양돈농협 포크밸리 소매장에서 고기를 사는 사람들은 "풍전에 나가는 고기랑 같은 것으로 달라"고 말할 정도다.
 

▲ 풍전숯불갈비에서는 고기를 먹은 뒤 내오는 묵은 된장찌개가 일품이다.
김 지회장은 "김해에는 부경양돈농협의 고기를 쓰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지만, 풍전숯불갈비 같은 맛이 안 난다. 그것은 바로 '정성'의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식당의 대표는 주문을 받으면 그제야 고기를 썰기 시작한다. 숯불이 나오면, 직접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고기를 구워준다. 반찬 재료로 쓰는 신선식품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새벽시장에서 매일 아침에 사온다. 된장과 김치는 직접 담가서 쓰는데, 적당하게 묵은 맛이 일품이다.
 
돼지 항정살을 주문하니 두툼한 고기와 함께 갖은 반찬이 나온다. 함께 나온 삶은 고구마를 씹으며 익어가는 고기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멸치액젓이 따라 나오는데, 숯불에 구운 항정살을 찍어 먹어 보니 구수한 맛이 혀를 간질인다.
 
항정살은 돼지의 머리와 몸통이 연결되는 목덜미에 있는 부위다. 근육 안에 지방과 살코기가 알맞은 비율로 섞여 있어 구웠을 때 특유의 고소함과 쫄깃함이 좋다.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600g 정도가 나온다. 이 대표는 "우리는 참숯만 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항정살 맛을 잊지 못해 오랜만에 찾아오는 출향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참 고기를 먹던 김 지회장이 다시 휴게음식업 이야기를 꺼냈다. "옛날에는 다방에서 술을 함께 팔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못해요. 그러니 칵테일 하나라도 더 팔려면 일반음식점으로 바꿔야 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식당에서도 돈을 받고 차를 파니 다방을 안 찾아요." 김 지회장은 정부가 업태 구분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반음식점도 영세한 업주가 많지만 휴게음식점은 더하면 더했지 그만 못하지 않다"며 "오는 6일 커피, 피자, 햄버거 등 3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협회의 신청서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풍전숯불갈비에서는 소고기도 판다. 안거미라 불리는 토시살이 주요 메뉴다. 한우 안거미 100g에 2만 5천 원으로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이지만, 고기의 품질은 최고라는 평가다. 안거미는 횡경막인 안창살과 함께 내장을 붙들고 있는 역할을 한다. 이 부위는 색이 짙고 지방질이 적어 보기에는 예쁘지 않지만, 먹어보면 의외로 부드럽고 진한 육즙을 느낄 수 있다. 안거미는 소 한 마리당 약 500g 이하로 얻을 수 있는 특수 부위다. 안거미의 맛은 요즘 소고기의 '마블링'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생겨나면서 기름 덩어리가 많을수록 높은 등급이 나오는 세태와는 궤를 달리 한다.
 
고기를 다 먹고 나면 된장찌개를 숯불 위에서 끓여먹는다. 김 지회장은 이 또한 아주 기다려지는 시간이라고 한다. 김 지회장은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주며 "이 집이 처음에는 특별한 게 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좋은 점이 많다. 10년 넘는 단골들이 많은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풍전숯불갈비/부원동 610-12. 부경양돈농협 맞은편 골목. 055-337-7959. 한우 안거미 100g 2만 5천 원, 한우 등심 100g 1만 6천 원, 돼지 항정살·가브리살·삼겹살 120g 7천 원, 돼지갈비 200g 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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