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들이 시장의 잘못된 행태를 감싸고 도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당 소속 김해시의원 11명은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이 시가 적법절차를 거쳐 추천·임명한 산하기관 임직원을 '낙하산 인사'라고 호도하고 있다"며 "즉각 중단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를 패러디해서 말하자면,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언제부터 같은 정당 소속이란 이유만으로 시의원들이 시장의 친위대 역할을 자임하게 된 것일까?
 
백보 양보해서, 민주당은 민주당 소속 시장을 돕기 위해 그런다고 치자.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에게는 진지하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시의원으로서 시장이 잘못한 일을 변호해 주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 그들은 '감시와 견제'라는 시의원 본연의 역할을 잊은 것일까?
 
시의원이 하는 일은 시장을 변호하고 친위대 노릇을 자처하는 것이 아니다. 김해 같은 지역일수록 시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시장이 원칙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시의원은 존재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시의원은 시장의 임명이 아닌 '시민들의 투표'로 선출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시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의 잘못을 변호한 행동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5대 의회 때는 한나라당이 다수의 좌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인 김종간 시장이 나눠먹기 인사를 하고 잘못된 정책을 폈을 때, 나는 김 전 시장과 같은 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들이 잘못됐음을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 소속 정당 여부를 떠나, 시의원은 시장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 당연히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야당 소속 시의원들은 시장의 나눠먹기·보은 인사를 지적한 한나라당 시의원들을 두고 '중앙정치의 꼭두각시 놀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누가 보더라도 적절치 못한 시장의 인사를 변호하는 야당 소속 시의원들의 모습을 보고 '시장의 꼭두각시 놀음'이라고 손가락질 할 것이다.
 
부산김해경전철운영㈜에 따르면, 김 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배 모 씨와 김 모 씨가 상임감사와 안전감사실 부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김 시장의 인수위원회 위원이었던 문 모 씨가 대외협력 홍보부장으로 채용됐다. 특히 문 모 씨는 지난해 11월 김해문화재단 사무국장으로 채용됐지만, 켕기는 것이 있었던지 감사 때 자진사퇴했던 이력도 있다. 시장은 이런 인물을 또다시 낙하산 인사로 경전철에 앉힌 것이다.
 
김 시장은 국책사업인 경전철 사업에 대해 "적자가 심각하다,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며 시민들에게 여러 차례 겁을 주고 있다. 만약 시장의 주장대로라면, 경전철 사업에는 마땅히 전문가가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적자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전문가 대신 측근들을 앉혔다. 시와 야당 소속 시의원들이 반박하는 대로, 이들을 채용하는 절차가 과연 공정했는지 묻고 싶다.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의 낙하산 인사에 의해 채용된 이들이 어떤 전문성으로 경전철을 살려낼지 또한 의문이다.
 
김해시민들은 야당 소속 시의원들이 시장의 나눠먹기식 인사가 잘못됐으며, 앞으로 김해의 정치발전을 위해서 이런 일은 지양돼야 한다고 따끔하고 날카롭게 지적해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시민들의 기대를 져버렸다.
 
시의원의 역할은 시장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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