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동상동 칼국수타운.
동상동 '칼국수 타운' 식지 않는 인기
싼 가격에 맛도 좋아 수십 년 단골 즐비
추위·배고픔 없앨 수 있는 추억의 맛집


장날이면 엄마 손 잡고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시장을 보던 시절이 있었다. 차가운 대형마트의 손수레에 앉아 화려한 상품들을 보며 자라는 지금의 아이들은 짐작할 수 없는 한 시절 전이었다. 할머니가 직접 반죽해 만든 따뜻한 손칼국수, 설탕 가득 묻힌 달달한 500원 짜리 도넛 하나에 엄마와 장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그리운 시절이다.
 
동상동의 재래시장에는 옛 맛과 추억을 간직한 '칼국수 타운'이 있다. 진하게 우려낸 멸치 육수에 정성껏 손으로 반죽한 면, 고소하게 무친 시금치에 칼국수 타운의 특색인 당면을 넣고, 마지막에 빨갛고 고운 고춧가루와 짭조름한 김 가루를 크게 한 숟가락 얹은 다음, 송송 썬 파를 뿌리면 칼국수가 완성된다.
 
입맛이 없을 때 이곳을 찾으신다는 한 할아버지는 20년 단골이라고 한다. "싼 가격에 맛까지 좋다"며 미소를 지으면서 맛있게 드셨다. 칼국수를 먹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아주머니와 할머니는 모녀지간이었다. 할머니는 편찮아서 병원에서 지내다가 칼국수 생각에 딸과 함께 나오셨다고 한다. 다리가 아파서 간이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셨는데, 지금 칼국수 사장의 어머니 때부터 단골이셨단다. 푸짐한 양에 30년 전 먹던 맛이 그대로 느껴져 계속 찾으신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할머니와 칼국수를 먹으러 오면 사장이 국물도 더 담아주고 알아서 잘 챙겨준다"면서 웃었다.
 
옆 가게에서는 젊은 대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칼국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장 근처에 살아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자주 왔다"며 옛날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모였다고 했다. 맞은편에서 칼국수를 먹던 부부가 서로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챙겨주려 하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부부는 어린 시절 300원 하던 손칼국수의 맛이 그리워 찾아왔다고 한다.
 
칼국수 타운의 모든 칼국수 가게들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지만, 그 중 특히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사람들로 눈에 띄게 북적북적대는 곳이 있었다. 3대째 칼국수 맛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나이 마흔여섯의 사장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칼국수 타운이 있었다고 한다. 사장은 외할머니에게 가게를 물려받았고, 외할머니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거라고 한다. 오래 된 세월만큼이나 어렸을 적 추억과 옛 맛을 다시금 느끼고자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처럼 보였다.
 
깔끔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칼국수 집들과는 달리 칼국수 타운은 난방시설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칼국수 가게가 기계를 사용해 일정한 굵기로 뽑아낸 면에 획일화된 맛의 조미료를 넣는 반면, 이곳의 칼국수는 울퉁불통 못생겼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건강하고 깊은 맛과 후한 인심이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날에 넉넉한 정과 옛 시절의 그리움이 있는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이면 추위와 배고픔, 마음도 다습게 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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