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빛나 작 '나와 내가 산이 되다'
'소녀와 새… 그리고, 세상' 주제
낯선 존재 포용과 두려움 극복 표현

굵은 선과 튀는 색채 눈길
익살스러움 속에 묻어난 화해 메시지


▲ 홍빛나 작가
문화카페 '부뚜막고양이'에서 '소녀와 새… 그리고, 세상'이라는 주제로 홍빛나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
 
홍빛나는 200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총 3번의 개인전과 지난해 독일 쾰른에서 열린 '아트페어21' 등 총 13번의 단체·기획전에 참여해 온 촉망받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그의 작품들은 전부 '새'와 홍빛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그는 '새 공포증'이라 할 정도로 새를 무서워해 피하며 살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 이 존재에 대해 미안함을 갖게 됐고, 이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홍빛나의 작품에서는 굵직한 선과 튀는 색채, 어찌보면 익살스럽다고 할 수 있는 그림체가 눈에 띈다. 그러나 거침 없이 그려진 듯한 작품 속에서 그는, 자신이 미워했던 '새'라는 존재와의 화해를 시도한다. 한마디로 그림은 과감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한 소녀의 예민하면서도 따스한 내면이 내밀하게 담겨 있다.

작품 속 소녀는 홍빛나 자신이다. 그는 새가 되기도 하고, 새를 기르기도 한다. 우선, '내가 나를 기르다'라는 작품에서 소녀의 한쪽 다리는 새의 형상을 하고 있다. 또한 소녀의 손에 들린 새장 속에는 식물처럼 묘사된 새 4마리가 들어 있다. 그에게 새는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친근하고 보살펴주고 싶은 연약한 존재가 된다.

▲ (좌)홍빛나 작 '내가 나를 기르다'/(우)'내가 나를 기르다'
'나와 내가 나를 안고'라는 작품에서는 소녀가 아예 새의 탈을 쓰고 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새와 소녀가 한 몸이 됐다고 해야 할 듯 하다. 소녀는 자신이자 동시에 '새'인 존재를 두 팔로 꼭 끌어안는다. 품 속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또 들어 있다. '새-되기'와 '새-품기'를 통해 그는 낯선 존재를 포용하고, 두려움을 극복한다. 소녀는 그렇게 성장한다. 또한 '나와 세상의 소통'이라는 작품에는 '변기'까지 등장한다.

홍빛나는 "더럽고 가까이 가기 꺼리는 변기는 역으로 없어서는 안될 휴식처이고 나의 생리를 해소시켜 주는 아늑함의 공간이 되어 준다"며 "이것이 바로 내가 속한 세상"이라고 말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홍빛나는 그의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소통을 종용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자신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만 '낯설지만 익숙한' 존재들과의 소통을 선택할 뿐이다. 3월 26일까지. 055-321-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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