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동 로데오거리 현장 분위기

김해에 눈 대신 별빛이 내렸다. 제1회 김해 세계 크리스마스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동상동 로데오거리. 이 축제는 지난 8일 개막했다. 다음달 5일까지 29일간 계속된다.

시민·이주민 등 합심 10개국 트리 설치
나라별 특징 잘 살려 다문화 도시 면모
국적 관계없이 한데 어울려 즐거움 가득
지난 8일 개막해 다음달 5일까지 계속


축제의 주제는 '테마가 있는 꿈의 행복도시 만들기'. 김해 시민들과 김해지역의 이주민들이 한 마음으로 '아시아 문화 거리'를 형성하고, 로데오거리의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김해뉴스>는 개막식 현장을 찬찬히 둘러봤다.
 

 

 

▲ 로데오거리에 많은 시민, 이주민들이 몰려 세계크리스마스 문화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김용주 시민기자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왔다.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렸다. 산타 복장과 고국의 전통의상을 한 다양한 얼굴의 사람들이 국기를 들고 축하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산타들은 관람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었고,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 신나 보였다.
 
개막식은 김해지역 이주민들의 노래 공연으로 시작됐다. 고등학생들의 신나는 춤, 부드러운 목소리의 김근학 테너와 베트남 이주민의 솔로 무대, 칠갑산북한예술단의 공연 등이 이어졌다. 관람객들은 국적에 관계없이 자연스레 하나가 됐다. 공연은 축제 기간 동안 매일 오후 7~8시, 주말에는 오후 2~4시, 7~8시에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로데오거리의 밤은 일루미네이션 불빛으로 환하게 밝혀진다. 환상적이다.
 
거리에는 이주민들이 힘을 합쳐 장식한 10개국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돼 있었다. 중국인들은 붉은 색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더니 과연 트리도 온통 빨간색이었다. 우즈베키스탄 트리에는 귀여운 산타 인형들이 달려 있었다. 몽골 트리에는 국기와 국폐가 꽂혀져 있었다. 굳세고 튼튼해 보였다. 베트남 트리에는 전통모자인 '논'이 살포시 씌워져 있었다. 캄보디아 트리에는 크메르어, 압사라 춤(캄보디아 전통춤) 등을 담은 캄보디아 홍보 사진들이 가득했다. 미얀마 트리는 반짝이는 장식용 끈인 모루 줄을 특이하게도 세로로 두르고 있었다. 필리핀 트리는 노란 어깨끈을 메고 있는 모습이 새침해 보였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태국, 네팔의 트리도 각각 자국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채 거리를 빛내고 있었다.
 
김해에는 현재 1만 6천여 명의 이주민들이 있다. 불법·단기체류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이주노동자들은 회사가 쉬는 주말이면 동상동을 비롯한 김해 시내를 찾는다. 그 수가 3만여 명에 이른다. 주말의 경우 동상동 일대는 '외국인 거리'가 된다.
 
캄보디아에서 온 소타스카나(27) 씨는 "남자 친구가 시장에 갔다가 채소가게 아주머니로부터 축제 소식을 듣고 왔다"며 "돈을 벌러 한국에 와 있는데, 우리나라 트리를 보니 행복하고 기쁘다"며 트리 불빛처럼 환하게 웃었다.
 
흥겨운 노래 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던 남매 임연경(9), 임연우(5·이상 내외동) 어린이는 "최고예요. 예뻐요"라며 트리에 매달린 샛별처럼 초롱초롱하게 웃었다. 남매의 아버지 임민석(43) 씨는 "각 나라의 트리가 있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왔다. 김해의 거리를 이렇게 꾸며 놓으니 무척 새롭다"고 말했다.
 

 

 

 

▲ 트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로데오거리에서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는 김정화(55) 씨는 "원래는 사람이 없을 시간인데 축제 덕에 사람들이 붐벼 대만족"이라며 얼굴 가득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일순간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일일 자원봉사자로서 재능기부를 하러 나온 문종은(51·서상동) 씨가 풍선으로 꽃과 강아지, 왕관 등을 뚝딱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기 때문이다. 문 씨의 따뜻한 마음이 축제를 더욱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초저녁부터, 로데오거리에서는 몽롱한 영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껄껄 웃는 사람들, 휴대폰으로 친구들에게 즐겁고 아름다운 장면을 전송하는 사람들, 풍선 인형을 들고 트리 사이를 신나게 오가며 깔깔 웃는 아이들.
 
크리스마스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로데오거리는 모두가 행복해 하고, 사랑과 평화의 기운이 솟아나는 그런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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