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물고기들이 퍼덕이면, 주중천이 은빛으로 반짝였던 주중마을입니다."
 
주부 지낸 남명 거처 신산서원 아래
주부동이라 불린 데서 마을이름 유래
돛대산 아래 당산서 4개 마을이 당산제
전원주택 들어서며 주민들도 다시 활력


대동로를 따라 수안리를 지나면, 주중리와 주동리가 잇달아 나타난다. 주중리와 주동리는 주중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주중리와 주동리의 명칭은 조선 중기 유학자 남명 조식(1501~1572)과 관련이 있다. 조식이 주부(主簿·조선 시대에 각 아문의 문서를 주관하던 종6품 관직)를 지내다 김해에 내려와 머물렀던 신산서원 아래 일대를 주부동(主簿洞)이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주중리의 뒷산에 황금으로 만든 술통 모양의 명당이 있어 이 일대를 주부동(酒府同)으로 불렀다는 설도 있다. 주부동의 동쪽이 주동리며, 주부동의 가운데에 있다고 주중리이다.
 

▲ 주중리는 주중천을 사이에 두고 주동리와 마주보고 있다. 부쩍 늘어나기 시작한 전원주택과 옛날 집들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주중마을은 주중리에 하나 있는 자연마을이다. 대동로에서 주중천을 따라 돛대산 산자락 아래까지 마을의 집들이 자리 잡았다. 산자락에도, 집집마다 서 있는 마당의 나무에도 계절이 내려앉아 눈 닿는 곳마다 초겨울 풍경이다. 주중마을의 겨울은 아름답고 고즈넉했다.
 
풍광 좋고 공기 맑은 주중마을은 최근 들어 전원주택지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새로 지은 듯한 전원주택은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마을의 다른 집들과 예쁘고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아보았는데, 여행이라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영길(57) 이장은 "공기가 맑고 교통도 좋은 편이라 젊은 부부 등 외지인들이 계속 이사를 온다"고 최근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길을 나서면 연세 많은 어르신들만 만났는데, 요즘은 유모차도 만나고 책가방 메고 학교 가는 아이들도 만난다.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마을에는 현재 180여 가구가 사는데, 마을로 이사를 오려고 새로 집을 짓고 있는 곳도 있으니 얼마 안가 200가구를 넘어설 전망이다. "마을 주민들의 85% 정도는 원주민입니다. 외지인들이 마을로 이사를 오기 시작한 것은 4~5년 전부터죠. 마을에 새로 지어진 집들은 대부분 그들의 집입니다. 이사를 오면 마을 주민들에게 떡도 돌리고,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잘 어울려 지냅니다." 이 이장은 세상이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도 주중마을에는 아직 인정어린 풍습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주중마을 문화회관.
주중마을의 당산은 돛대산 능선 아래 있다. 포구나무 한 그루와 당집이 있는데 예전에는 주중·주동·성안·원동 등 4개 마을이 함께 당산제를 지냈다. 주중마을은 지금도 당산제를 정성스럽게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주중마을 주민들이 당산 주위를 정리하기도 했다. 이 이장은 "당산이 마을과 떨어져 있어, 당산제를 지낼 때는 목욕재계 후 새벽 3시쯤 마을에서 출발한다. 당산이 산 위에 있어 배낭을 메고 한 시간쯤 올라간다. 마을의 안녕과 주민들의 무사·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정성을 다해 당산제를 올린다"고 설명했다.
 
주중마을과 주동마을 사이를 흐르는 주중천은 주중·주동·성안·원동 등 인근 4개 마을 주민들에게 삶의 원천이나 다름없다. 주중천을 흐르는 물은 4개 마을 주민들의 식수였으며, 주변 들판을 적셔 농산물을 키워내는 젖줄이었다. 목욕시설이 없었던 한 시절 전에는 여름밤마다 주민들이 주중천에서 멱을 감았다. 위쪽은 여자, 아래쪽은 남자로 구역을 나누고 규칙을 지키며 더위를 식히던 곳이었다. 물고기도 많이 살았다. 피라미를 바가지로 그냥 뜰 정도였다. 은어, 민물장어, 민물새우, 민물게도 지천이었다. 여름밤 저녁이면 물고기들로 가득한 주중천은 은빛물결로 파닥거렸다. 수질 1급수를 자랑하던 주중천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골프장이 건립된다는 소식에 마을주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주중천의 상수원인 신어산 쪽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식수는 물론이고 농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중천 중간에 놓여 있는 다리를 넓히는 것도 주민의 바람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중에 놓은 이 다리는 주중마을과 주동마을 주민들이 함께 사용한다. 농사일도 그렇고, 두 마을 주민들은 하루에도 이 다리를 몇 번씩 건넌다. 그런데 처음 다리를 놓았을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과 리어카가 지나다니던 다리는 이제 폭이 좁아 불편하다. 경운기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도로가 있는 곳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이 이장은 "다리를 넓혔으면 하는 바람과 골프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시에서 좀 더 귀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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