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는 1970~80년대나 돼서야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무더운 여름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 쬐는 한여름이 되면, 바람이 잘 통하는 집 마당의 키다리 포플러나무 그늘 아래 모두 모였다. 매미는 지칠 줄 모르고 요란하게 울어댔다. 때로는 마당 한켠에 왕대나무를 몇 개 얼기설기 묶어 볕을 가리고, 평상까지 높이 만들어 참외밭이나 수박밭에 주로 설치하던 원두막처럼 지어놓고 놀기도 했다. 비슷한 또래의 네 아이가 무엇을 먹는지, 한 아이는 배꼽까지 내놓고 정신이 없다. 어릴 때 방학이 되면 명지 외가댁에 놀러가 원두막에서 외할아버지로부터 노란 참외를 얻어 먹던 때가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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