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기도 용인시의회는 제183회 시의회 제5차 본회의를 열었다. 이날 다룬 안건은 '용인도시공사 역북도시개발사업 관련 공사채 발행에 따른 채무보증 동의안'이었다.
 
원래는 다른 안건을 취급하게 돼 있었지만, 용인시에서 긴급히 안건 처리를 요청해 옴에 따라 당일 오전에 의사일정을 변경해 동의안을 다뤘다고 한다.
 
지난 16일자 <용인시민신문> 보도에 따르면, 용인시의회가 갑자기 동의안을 다룬 것은 용인도시공사가 한국 역사상 공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부도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었다.
 
용인시가 662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용인도시공사의 부채 총액은 올해 12월 현재 4천억 원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12일 3개월 단기로 빌린 800억 원의 만기가 도래해 부도 직전의 상황에 몰렸다. 용인도시공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용인시는 용인시의회에 채무보증 동의안을 냈다. 그 내용은 NH농협으로부터 800억 원을 빌려 용인도시공사의 부채를 갚는다는 것이었다. 즉, 빚을 내 빚을 갚는 셈이었다.
 
동의안 처리 여부를 놓고 시의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용인도시공사는 채무 상환 기일 도래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동의안 상정 사흘 전에야 의회에 보고를 했는데, 이에 대해 상당수 의원들은 격노했다고 한다.
 
하지만 용인도시공사를 부도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우세해 15 대 5로 동의안은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용인도시공사 사장과 본부장 등 3명이 물러나는 홍역을 치렀다.
 
용인도시공사의 위기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곧 상환기일이 도래하는 1천890억 원도 갚아야 하지만 여전히 돈은 없다. 다시 채무보증 동의안을 의결하거나, 아니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용인도시공사를 해체하고 공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안전행정부는 지난 2월 용인도시공사를 내년 6월 말까지 공단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용인시는 용인지방공사와 시설관리공단을 통합해 2011년 3월 용인도시공사를 설립했다. '계획적인 택지 개발 및 도시기반시설 사업 확충에 참여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한다'는 게 설립 취지였다. 그러나 용인도시공사는 공식적으로 착공한 첫 사업인 역북도시개발사업에 발목이 잡혀 출범 3년도 안 돼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용인시는 이미 용인경전철이라는 '돈 먹는 하마'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경전철 운영비로 30년 동안 시행사에 매년 295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경전철 건설에 따른 지방채 상환 등을 모두 합치면 용인시가 지출해야 할 금액은 30년 동안 1조 9천4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용인도시공사마저 막대한 부채로 부도 위기에 시달리자, 용인 시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용인시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김해시의 상황이 자연스레 오버랩 된다. 한마디로 용인시는 김해시의 '타산지석'일 것이다.
 
김해시가 경전철 최소운영수익보장(MRG)으로 경전철 운영사에게 물어줘야 할 돈은 20년 간 1조 6천억 원이다. 용인시와 거의 비슷한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해시는 김해시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내년 초에 출범식을 갖는다는 게 시의 생각이라고 한다. 일부 시의원들과 시민단체에서 도시개발공사 설립에 반대하고 있지만, 김해시는 이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심각한 의문이 발생한다. 김맹곤 시장은 임기를 마친 뒤 원래 살던 서울로 떠나버리면 그만이지만, 만약 김해시도시개발공사가 용인도시공사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그 후폭풍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당연히 김해 시민들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이다. 용인도시공사에 대한 용인시의 '채무보증 동의'가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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